예보는 7개 저축은행을 ‘중앙부산 + 부산2 + 도민저축은행’, ‘전주 + 부산저축은행’, ‘대전 + 보해저축은행’ 등 3개 패키지로 묶어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매각키로 하고 지난 5월30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그 결과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4개 금융지주회사와 한대신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2곳이 참여해 총 7건의 LOI가 접수됐다.
6개 참여사가 LOI를 제출한 곳은 모두 ‘중앙부산 + 부산2 + 도민저축은행’ 패키지. 대신증권이 이곳과 함께 ‘전주 + 부산저축은행’ 패키지에 중복해서 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대신증권만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유효경쟁이 되지 않았고, ‘대전 + 보해저축은행’ 패키지는 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단 한곳도 없어 자동 유찰되면서 패키지 매각이 무산됐다.
◆신용공여 확대 위해 인수전 뛰어들었다?
이번 저축은행 LOI 접수 결과 3개의 패키지를 놓고 6개 금융기관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패키지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증권사들이 은행과 동일한 숫자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눈에 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금융지주회사 명목으로 참여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을 모태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개 증권사간 경쟁도 치열한 상태다.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수익 다변화를 위해서다.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매매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매 수수료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수신과 여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수익기반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 차원인 것이다.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신용공여한도를 증가시키는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사실상 주식담보대출. 증권사에서는 고객의 주식담보대출을 위해 은행, 저축은행과 제휴를 하거나 신용공여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증권사 신용공여의 경우 자기자본의 일정 한도 내로 제한돼 있어 그 규모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주식담보대출을 인수한 저축은행이 맡아줄 경우 신용공여 한도를 증액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휴 은행 등의 수입이던 대출에 따른 수수료도 인수 저축은행에 챙길 수 있다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 IB업무 강화에 큰 도움될 듯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신용공여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저축은행에 주식담보대출을 넘기더라도 증권사 수익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을 인수한 저축은행에 넘긴다 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본다면 수익이 있겠지만 증권사가 직접 수익이 발생하는 부문은 없다”며 “인수한 저축은행을 통한 대출까지 엮어주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컨설팅을 하면 증권사도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즉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신용공여가 아니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은행(IB)업무 강화에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점을 활용해 증권사가 괜찮은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CB나 BW 발행 시 경영권에 대한 우려가 발생될 수 있다. 이때 인수한 저축은행에서 CB나 BW를 인수토록 하면 중소기업은 경영권 우려가 줄어들게 되고, 증권사는 IB업무 강화와 이에 따른 수수료를, 저축은행은 채권 투자수익이라는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리딩투자증권은 리딩밸류PEF(사모펀드)를 통해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W저축은행을 통해 이 같은 중소기업 대상 IB시장을 개척해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공여보다는 저축은행을 활용한 중소기업 컨설팅업무가 신규사업 진출과 수익성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중앙부산 패키지에만 몰렸을까
3개 패키지의 자산규모(총예금 이전 시 추정치)는 중앙부산 패키지는 1조6442억원, 전주 패키지는 1조9722억원, 대전 패키지는 1조808억원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단 하나의 패키지에만 LOI가 몰린 이유는 역시 ‘서울’이라는 영업권 때문이다. 예보는 7개 저축은행을 3개의 패키지로 묶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축은행업권에만 있는 영업권 제한 때문이다. 저축은행법에는 크게 서울, 인천·경기, 부산·경남, 광주·제주·전남북, 대전·충남북, 경북·강원 등 6개 권역으로 영업구역을 나누고, 해당 영업구역에서만 지점이나 영업소, 출장소 등을 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해당 영업구역에서의 여신이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부산저축은행은 7개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서울 논현동에 본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패키지에 있는 전주저축은행은 서울 논형동과 경기 분당과 부천 등 수도권에 3개의 지점이 있으며, 대전저축은행도 서울과(논현동, 잠실, 명동) 경기도(분당, 부천) 등 수도권에 5개의 지점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와 대전저축은행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영업망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신의 50% 이상은 서울이 아닌 전라도와 충청도 또는 영남에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 영업점이 있는 것과 본점이 있는 것의 차이는 크다”며 “지방은 상대적으로 영업을 할 만한 대상이 적기 때문에 여신 50% 규정을 채우기 어렵고, 결국 수도권 영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