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업하는건지 택시기사인지 구분이 안돼요. 한달 동안 5000km 달렸거든요."

온라인 골프예약업체 '17번홀' 이준구 대표는 요즘 한번 차를 몰고 나가면 300~400km를 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가맹 골프장을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 17번홀이 개척하고 있는 곳은 서울 근교의 수도권 골프장이다. 수도권이어도 거리는 60~70km나 된다. 그러니 자연히 택시기사라는 말도 절로 나온다.

5월30일 문을 연 17번홀은 조금 특별한 예약 방식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과 가격을 입력하면 3초 내에 예약 여부를 알려주는 역경매 방식이다. 소비자가 골프장을 선택할 수 없지만 대신 평균 25~50% 저렴한 가격에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업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재고로 소진되는 물량을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돌려줌으로써 소비자와 업체가 모두 윈윈(Win-Win)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가 사업을 처음 고안하게 된 것은 미국 MBA시절이다. 가격책정을 연구하던 그는 미국의 온라인쇼핑인 '프라이스닷컴'이 제시한 역경매방식에 눈을 뜨게 됐다. MBA 당시 비즈니스 사례모델로 제시될 만큼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은 '비즈니스위크'에서는 애플과 구글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냈다.
 

류승희 기자
 
한국에 돌아온 이 대표는 결국 3년 동안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가정이 있는 그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워낙 생소한 판매방식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공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은 그에게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게 했다. 그의 판단이 옳았던 걸까? 17번홀 홈페이지를 가 봤더니 오픈 일주일을 갓 넘겼음에도 벌써 예약이 많이 차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관건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골프장을 유치하는가에 달렸지요."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역경매 방식을 설명하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담당자를 자주 접한다. 흔히 소셜커머스 업체겠거니 생각하고 냉담한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하지만 설명이 이어질수록 실무자들의 반응은 점차 뜨거워진다. 매일 소진되는 재고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골프예약 17번홀 외에도 호텔 예약, 비행기 예약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호텔예약업체는 벌써 이름도 지었다. 17번홀에 이어 '16층'이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왜 17번홀일까?

"골프장이 보통 18홀 규모이고 17번홀은 거의 끝날 즈음이잖아요. 그쯤 되면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 아쉬움을 안고 다음 라운딩할 때 기억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이준구 대표 약력
한국외국어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LG 화학 유화사업본부/ 카네기 멜론대 MBA/ LG U+ 전략조정실/ 주식회사 TMP(17번홀)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