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사맨과의 만남은 현장에서 20분이나 늦춰졌다. 그는 외근을 다녀오자마자 시작된 팀 회의가 길어지게 된데다 내일 또 다시 출장이 잡혀 있어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 사람, 진짜 바쁘다.
그야말로 살인적(?) 스케줄 속에서 어렵게 짬을 내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상사맨으로서 느끼는 애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예전의 종합상사라고 하면 무역사업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상사맨으로서 요즘의 종합상사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묻는다면?
-지금도 전통 트레이딩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기존에는 단순히 물건을 사 와서 되파는 거래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투자가치가 높은 트레이딩을 찾는 경향이 있죠. 최근에는 해외 원자재 투자쪽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일단 워낙 시장 규모가 크니까요. 또 실제로 그만큼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고요.
▶종합상사가 변화를 거치면서, 업무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최근에는 트레이딩 품목이 원자재와 같은 규모가 큰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이에요. 투자사업은 기본적으로 자금이 바탕이 돼야 하는 일이잖아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 땅 10만평이 필요하다고 해봐요. 우리는 1만평 살 자금규모밖에 없는데 이미 세계 최대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업체들은 자금 경쟁력부터 다르잖아요. 그러니 솔직히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은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외부에서는 ‘종합상사의 부활’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부 직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건 어떤가요?
- 지난해 올해 매출영업익만 봐도 꽤 적지 않은 흑자가 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도 사기가 많이 진작된 모습이죠. 인센티브도 두둑해졌고요. 하하.
물론 그런 건 있어요. 해외 원자재쪽이 너무 강화되다 보니, 오히려 전통 트레이딩이나 IT같은 다른 사업 분야는 좀 도외시되는 느낌이랄까.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죠. 엄밀히 말해 올해는 해외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어떤 품목이든 투자가치라는 건 시기에 따라 늘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인센티브가 두둑해진 만큼 업무 강도는 더 세지는 거 아닌가요?
-하하. 물론이에요. 최근 신입사원 초봉만 해도 대략 4000만원을 넘어선다고 알고 있어요. 그만큼 호주머니는 넉넉해진 편이죠. 그런데 실제로 저만해도 밤 11시,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가는 때가 많아요. 특성상 해외 업무가 많다 보니 가족들과 떨어져 있을 때도 많고요. 저 아는 분은 3년 필리핀 파견 근무를 나가신 적 있어요. 그 동안 가족들은 마닐라에 머물고, 근무지는 그곳에서도 배타고 버스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고립된 채 살다가 두 세 달에 한 번 겨우 가족들 얼굴 보며 지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상사맨으로 근무하시면서 가장 힘든 건 뭔가요?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 상사는 정확한 사업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자면 다양한 사업 분야를 두루 볼 줄 아는 종합성과 또 실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함께 필요한 일이에요. 신규 사업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내려면 기간은 1년이 넘어 걸리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서 더 도전적이고 성취감이 더 크기도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