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도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각축전이 주식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현재 'M&A 대어'로 불리며 주식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매각대상 기업은 단연 하이닉스와 대한통운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SKT와 STX가 경쟁을 벌이게 됐으며, 대한통운은 CJ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 M&A 성사 여부에 따라 이 기업들의 경쟁력과 수익이 크게 뒤바뀔 수 있으므로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나름대로 목적이 있고 금전적인 이득도 기대하고 있으므로 분명 투자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제3자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특히 증시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M&A이슈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인수 자금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고 성공적으로 인수를 했다 해도 시너지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한 평가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M&A가 자칫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하며 투자에 임해야겠다. 

◆하이닉스 인수, SKT-STX 주가에 약일까 독일까

하이닉스 인수는 주가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일단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가 SKT와 STX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매각 기업인 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인수전에 뛰어든 SKT와 STX 역시 최근 주가 흐름이 하향세다. SKT와 STX가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난 8일 이후 세기업의 주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떨어졌다.

8일 SKT 주가는 14만9500원에 마감했지만 11일에는 14만4000원으로 내려갔다. 14일 현재 14만500원까지 추락한 상황. STX는 8일 2만95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2만350원으로 떨어졌다. 14일 주가는 2만3700원으로 여전히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기 전의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이닉스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8일 2만6600원이던 하이닉스 주가는 11일 2만6450원, 13일 2만4300원으로 하향세다. 하이닉스 인수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가늠해봐야 한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SKT의 하이닉스 인수 이슈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SKT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사업 경험이 부족해 향후 경영성과에 대한 의문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SKT 인수 확정 시 기존 SKT 투자의 장점들이 상당부분 훼손될 수도 있다"며 "반면 인수 계획이 무산될 경우 SKT에 대한 투자의견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하이닉스 인수 여부 및 가격이 중요하겠지만 인수가 확정될 때까지 SKT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너지효과가 적고 이익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TX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조선·중공업 중심의 STX그룹은 하이닉스와 사업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또 STX그룹이 과거에 끊임없이 M&A로 회사 규모를 키워왔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는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 STX그룹주 전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인수대상인 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다르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매각의 성공 실패 여부가 회사의 펀더멘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조정이 좋은 매수 기회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SKT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면서 KT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씨티증권은 SKT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될 경우 가장 큰 수혜주는 KT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SKT가 하이닉스 인수비용으로 인해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 하반기 SKT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경우 KT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통운 우선협상대상자 된 CJ, 주가는 뒷걸음질

대한통운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그룹 역시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실제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28일 대한통운의 주가는 11만1000원이었지만, 7월14일 현재 9만8100원까지 크게 떨어졌다. CJ와 본입찰 주체인 CJ제일제당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주가가 떨어졌다. CJ와 CJ제일제당의 6월28일 주가는 각각 7만3000원과 25만원이었지만 7월14일 현재 각각 7만2300원과 24만4500원으로 떨어진 상황.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대한통운 인수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높은 가격대로 결정됐고 영업 시너지도 뚜렷하지 않다"며 "CJ제일제당의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물론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견인하는 요인에는 변화가 없어 긍정적인 투자관점을 유지한다"며 "단, 최종적인 인수가액과 자금 조달 방법이 결정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적 부담에 대한 지적도 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그룹 입장에서 대한통운 인수 이후의 재무건전성 유지여부가 중요한데 일단 부정적으로 판단된다"며 "시장에서는 CJ그룹이 포스코에 비해 시너지 창출과 재무적 여력이 뒤쳐져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CJ그룹의 인수성공은 과도한 프리미엄 지급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 주가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대규모 물량부담으로 삼성생명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대한통운 인수 여부가 삼성생명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6월28일 9만3700원이었던 삼성생명 주가는 7월14일 9만4800원까지 오른 상태다. 

아울러 대한통운 매각 주체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후 주가가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6월28일 1만250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7월14일 현재 1만11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