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롯데에 비해 인수 후보 중 ‘가장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CJ가 지난 6월28일 극적으로 대한통운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총 인수자금이 2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승자의 저주’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결국 CJ제일제당과 CJ GLS가 각각 최대 인수금액 1조1027억원씩, 합해 2조2055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제대로 장만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이번 대한통운 인수의 관건으로 떠오르게 됐다.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첨병’에 나선 CJ제일제당과 CJ GLS의 재무상태는 과연 어떨까.

◆CJ제일제당…현금보유·차입 여력 ‘충분’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CJ그룹의 ‘쌍두마차’ 중 CJ제일제당의 재무여력에 대해선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제일제당은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기업으로 꼽히는데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75%%와 25% 정도로 양호한 수준이다. 추가 차입 여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에비타(EBITDA: 상각전이익)대비 금융비용도 6배를 넘는다.

CJ㈜의 성용준 재무팀장은 “CJ제일제당은 차입 여력이 2조5000억원에 달하며 당장 팔기 어렵더라도 경기도 김포, 서울 영등포에 있는 부동산이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신용등급 ‘AA’를 기반으로 회사채 등의 시장성 조달과 은행권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CJ제일제당의 재무안정감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CJ컨소시엄(CJ제일제당과 CJ GLS)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우리은행·농협과 최대 1조원가량(각 500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투자확약(LOC)을 체결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2300억원대에 이르고, 삼성생명 지분(약 4300억원 규모)과 유휴 부동산(약 6000억원 규모)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도 1조원 규모에 달해 증권업계는 CJ제일제당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물론 대한통운, 하야시바라 등 잇따른 대형 기업의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면서 외부차입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수가격과 재무적투자자(FI) 참여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대 1조원가량을 외부에서 차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3월 말 현재 차입금은 1조1627억원이며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9294억원이다.

◆CJ GLS…유상증자 ‘관건’, 외부 차입 ‘불가피’

CJ제일제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CJ GLS는 자금동원능력 면에서 뒤쳐진다. 그럼에도 CJ GLS는 CJ제일제당과 동일한 규모인 1조1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CJ GLS를 위해 CJ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CJ GLS의 1대 주주는 41.4%를 보유한 CJ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뒤를 이어 2대 주주(23.8%)다. CJ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전제로 우리금융, 농협 등 금융기관과 6000억원의 투자확약서(LOC)를 맺으며 CJ GLS의 유상증자에 대비한 실탄을 마련했다.

하지만 다른 주주들이 “절차적 적법성을 무시한 채 대규모 M&A를 추진했다”고 반발하고 있어 실제 유상증자가 이뤄지기까지는 적지않은 잡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동화 가능 자산을 총동원해도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핸디캡이다. 지난 1분기 기준 CJ GLS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30억여원에 불과하다. 유동금융자산(160억원)과 비유동금융자산(120억원)을 당장 유동화 가능한 자산이라고 해도 28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하겠다고 언급한 부동산 자산은 676억원(토지+건물) 정도다. 결국 CJ GLS가 해당 자산을 인수자금에 총동원한다 해도 현실적인 자금여력은 1000억원 정도라는 얘기다.

이같은 가정에서도 CJ그룹으로부터 지원받기로 돼 있는 50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합치면 CJ GLS가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6000억원 정도다. 1조1000억원의 매각 대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추가로 5000억원대 외부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


 
◆CJ컨소시엄의 재무안정성을 보는 두가지 눈

동전에 양면이 있듯 CJ컨소시엄의 재무안정성을 보는 업계의 시각도 양분된다. 재무적인 훼손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재무구조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신정평가는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대한통운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CJ그룹이 외부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에 따른 재무적 펀더멘털 훼손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신전평가는 “CJ그룹은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바탕으로 연결기준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에비타(EBITDA)를 창출하고 있고, 올해 3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30.7%, 에비타 대비 총차입금 배율은 3.5배로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 주체인 CJ제일제당과 CJ GLS의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 GLS의 보유 자산이나 현금창출력 등을 고려하면 2조원 이상으로 알려진 인수대금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 특히 보유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이 원활하지 않으면 담보대출이나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재무지표가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