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공식 제안하며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중단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완전한 비핵화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기보다 남북 간 적대관계를 먼저 완화하고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북핵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제시한 대북 '3대 원칙'을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옮긴 청사진이다.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축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평화체제와 북핵 문제를 연결한 방식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로 삼지 않고 적대관계를 완화하면서 핵 능력의 추가 고도화부터 멈추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를 뒀다.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 실천 방안으로 '포용적 평화공존'과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 등 3대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광복절에 밝힌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구 등 3대 원칙을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먼저 '포용적 평화공존'을 위해 남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인식과 규범, 제도에서부터 적대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을 멈춰야 한다"며 "남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해 함께 마주 앉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양보가 아닌 공존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후속조치로 남북 간 '상호 존중의 이름부르기'와 '주적' 표현 대체 등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전문가 인식조사와 공론화를 토대로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발전안도 마련한다. 보건의료와 원산갈마,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연계 협력 등 4대 평화교류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안정적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안정적인 한반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판문점·군 통신선 복구를 위한 대화를 제의하고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방안과 시기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구체화하기로 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과 평화이음열차, 평화경제특구 지정, 경원선 복원 등을 통해 접경지역을 평화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책임 있는 평화공존'에서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북핵 문제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쟁 종식을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을 함께 찾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도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실천전략과 북한 핵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킬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주요국과 전략적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의 역할은 '페이스메이커이자 당사자'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적대와 대결의 에너지를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동력으로 바꿔내겠다"며 "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축사를 통해 이 대통령의 대북 구상은 지난해 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구·적대행위 불추구라는 원칙에서 적대성 완화와 남북관계 복원, 평화체제 논의, 북핵 고도화 중단으로 이어지는 실행 구상으로 구체화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대화 자체에 선을 긋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단계적 평화 구상을 실제 협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북측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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