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1위인 하이트와 소주시장 1위인 진로의 합병에 대한 시장 반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안을 승인했다. 경쟁 제한성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양사는 당초 방침대로 오는 9월 단일 법인인 하이트진로(주)로 정식 출범하게 된다.
이번 승인은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한 이후 6년만의 일이다. 2005년 진로의 주식을 취득한 하이트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아 5년간 하이트와 진로의 영업망을 분리해야 했다.
그리고 5년 후인 2010년. 맥주와 소주 시장에서 유아독존일 것만 같던 하이트와 진로는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하이트로서는 인수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따로 영업함에 따라 마케팅과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 부담이 전혀 줄어들지 않아 고충을 겪었다.
주류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공동 영업을 하면 그만큼 영업인력과 마케팅 비용을 줄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소주-맥주 1위’라는 포지션은 변함 없어도 롯데주류와 오비맥주의 추격이 거센 만큼 정작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외형은 커졌지만 주류업계의 관행인 ‘밀어내기 영업’이 계속되는 만큼 ‘통합 하이트’의 근본적인 결함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경쟁사들은 치고 올라오는데…
하이트-진로가 통합 영업망을 쓰며 ‘제2의 전성기’를 준비중이지만 하이트-진로를 쫓는 타사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맥주와 소주 1위 업체의 통합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거대 주류회사가 탄생할 것 같지만 최근 하이트와 진로 각각의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부동의 1위였던 하이트를 카스가 턱밑까지 추격했고, 한때 카스가 점유율을 역전시키기도 했다. 주류산업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하이트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57.5%였던 것이 점점 떨어져 올해 1분기 53.4%에 그쳤다. 반면 오비맥주는 같은 기간 42.5%에서 올해 1분기 46.6%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이트맥주의 최대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밀어내기 영업을 제한하며 맥주 제조일자 확인 등 맥주의 신선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진로출신인 장인수 오비맥주 부사장은 재고 없애기에 돌입하며 유통기한을 확 줄인 맥주를 공급할 것을 공언했다. 또 최근 오비맥주가 출시한 ‘OB골든라거’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하이트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BoA메릴린치증권이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이 경쟁사에 밀려 하락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11만4000원에서 10만7000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전체 맥주 수요가 5% 이상 증가한 반면 하이트의 국내시장 매출은 전 분기대비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진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소주 시장에서 롯데의 ‘처음처럼’이 대항마로 떠오르며 진로 ‘참이슬’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진로의 점유율은 2009년 55.6%에서 2010년에는 48.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 트렌드가 많이 변해 예전에는 업소에서 주는 대로 먹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달라고 한다” 며 “도매상의 업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시너지 발목 잡는 재무구조
통합된 하이트진로는 재무구조 개선에 한창이다. 1분기말 현재 진로의 부채총액은 817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44%에 이른다. 이에 대한 이자부담이 상당하다. 이를 털기 위해서 하이트진로는 우선 유휴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약 1000억원의 부채를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진로의 옛 본사 사옥으로 6층 건물과 3층 부속건물, 주차장, 테니스장을 포함한 대지 6493㎡(건물 연면적 1만12㎡) 규모다. 이 건물은 지난 2005년까지 진로가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다가 2006년부터 비운 상태다.
진로는 이와 함께 최근 울산광역시 북구 중산동에 위치한 울산물류센터를 동성산업에 34억원을 받고 팔기로 합의했다. 창고와 건물을 포함해 대지 8411㎡, 건물 연면적 2850㎡다. 진로가 2007년까지 물류센터로 사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