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현실에서 흔히 겪는 일, 또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 아니냐는 반문을 들을 것이다. 경험과 상상, 그리고 직관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통 경제학의 프리즘으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인간은 철저히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전제로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빈틈을 파고든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고 본다. 댄 애리얼리 교수의 <경제 심리학>은 행동경제학의 새 지평을 연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주류 경제학이 보지 못한 절반의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인간형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다.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는 결여된 채, 물질에 대한 한없는 욕망을 합리적으로 충족시키려 한다. 인간을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주체'로 본 것이다.
반면에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결점투성이 이며, 늘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진짜 원인이 무엇이고, 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왜 일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기에는 기존 경제학보다는 행동경제학이 더 적합하다. 이와 관련해 책에서 제시하는 사고실험은 다음과 같다.
회사에 내가 맡은 일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공들여 만든 자료는 완성되는 족족 상사에 의해 폐기 처분된다. 내가 만든 자료는 결국 실제로 활용되지는 않지만,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은 계속 제공된다. 나는 과연 이 일에 얼마만큼 만족하게 될 것인가?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높은 급여와 복지혜택만으로 어떤 일이든 충분히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급여 수준이 높다 해도,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남지 않는 일을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는 급여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몰입으로 얻는 만족감, 도전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을 때의 느낌, 자신이 한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이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존 경제학의 단점을 보완한 행동경제학은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태동케 한 기존 경제학도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한 방편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다해왔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댄 애리얼리 지음 / 청림출판 펴냄 /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