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나인스 게이트 그릴(The Ninth Gate Grille)`은 1924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지금은 나이 지긋한 어머니 아버지가 된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세련된 데이트 장소로 이용됐음은 물론이고 마를린먼로와 무함마드알리 같은 세기의 탑스타나 스포츠스타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서재필 박사 등 수많은 VIP의 단골 레스토랑으로 그 외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명인사들이 음식을 맛 보기 위해 이곳을 다녀갔다. 사대문(四大門)과 사소문(四小門)에 이은 서울의 아홉 번째 문을 뜻하는 “나인스게이트”라는 이름처럼 고품격 문화와 사교의 장으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이렇듯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의 대명사 “나인스게이트”가 “나인스게이트그릴”로 이름을 바꾸고 87년 만에 그 문턱을 낮췄다.

사진/ 류승희 기자

지난 4개월간의 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12일 재개장하면서 기존 격식을 갖춰 정찬을 즐기는 고급 레스토랑을 뜻하는 파인다이닝레스토랑 콘셉트에서 브라세리(brasserie) 개념으로 변신했는데 브라세리란 파인다이닝에 비해 편안한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사실 나인스게이트그릴은 그동안 프렌치라는 음식 자체도 어렵거니와 일반인이 편하게 즐기기에는 다소 문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레노베이션을 통해 새 단장하면서 불필요한 격식은 과감히 없앴다. 정장만 허용하던 드레스 코드도 없앴고, 코스 대신 단품 중심으로 메뉴를 개편해 가격적인 부담도 줄였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젠틀하지만 한결 경쾌하고 활기차진 느낌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노타이 유니폼 차림의 서버가 경쾌하게 손님을 맞고 셰프는 과거 답답한 주방이 아닌 오픈 키친에서 조리 과정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레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확 바뀐 오픈 주방이 눈길을 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지만 연륜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맛은 그대로 살아 있는데 그 중 참숯으로 구워내는 그릴 메뉴는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상호에서도 '그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본격적 다양한 그릴 요리를 선보이는데 이런 그릴요리의 맛을 완성시키는 비장의 무기가 주방에 숨어있다. 바로 `블랙오븐`인 우드 화이어 오븐. 오븐과 장작이 타는 부분을 분리한 `화이트오븐`과 달리 `블랙오븐`은 오븐 안에서 직접 장작을 태우고, 그 장작이 타는 동안 내는 참숯 향이 자연스럽게 고기에 입혀지면서 구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고유의 은은한 참숯의 향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고온에 단시간 직화로 고기를 굽기 때문에 육즙은 그대로 살아 있다.
 
물 맑은 청정지역 양평개군한우로채끝스테이크(200g7만원 300g9만5000원)나 호주산와규스테이크는 고르곤촐라, 그린페퍼콘, 레드와인그래비 ,베어네이즈, 토마토비네그레트, 레몬버터 6가지 소스 중 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하며 트러플오일을 곁들인 감자튀김, 구운컬리플라워나 그린빈스 같은 구운채소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이 오븐의 장점은 특히 해산물요리에서 그 빛을 발하는데 블랙오븐에서 구워낸 생선은 퍽퍽하거나 마른 질감 없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단골 고객들은의 경우 꼭 해산물요리만 찾는다고 할 정도로 그 맛을 자랑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디저트. 나인스게이트그릴은 디저트를 잘하는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로 계절에 다른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올 여름에는 달콤하고 향긋한 내음을 자랑하는 복숭아셔벗이 인기가 높은데 과즙이 그대로 느껴져 시원하면서도 깔끔하다. 새롭게 선보이는 디저트 중 모짜렐라치즈를 이용한 디저트가 눈길을 잡아 끈다. 하루 정도 꿀에 재워 캐러멜라이즈한 모짜렐라를 화이트크림, 화이트초콜릿과 함께 곁들여 내는데 부드럽고 연한 치즈와 달콤하고 크리미한 크림의 감촉,  초콜릿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맛으로 그야말로 “천상의 디저트”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나인스게이트그릴의 또 다른 자랑은 통유리 너머 보이는 정원이다. 몇 개의 룸을 제외하고는 모든 좌석에서 보이는 정원은 1897년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환구단이 유리창 너머 보인다. 또한 이번에 새로 만든 얕은 연못은 맑은 날에는 청량감을, 비오는 날에는 수면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모던과 클래식이 공존하는 멋진 을 완성했다. 마치 정원에서 식사하는 착각 드는 홀은 사랑하는 연인, 친구와의 데이트 장소로 정원 조망이나 와인셀러, 인원 수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 프라이빗룸에서는 귀한 손님이나 부모님과 조용하게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1층
영업시간 오전 7~9시, 낮 12시~오후 2시, 오후 6~9시30분.
메뉴 셰프스페셜런치세트 7만5000원, 디너세트 12만원. 그릴메뉴 3만9000~9만8000원, 사이드메뉴 7000~1만2000원, 디저트 1만7000원 (봉사료/부가세별도)
문의 및 예약 02-317-0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