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1년 8월1일. ‘구조조정의 마술사’ ‘성공한 2세 경영인’ 이라는 수식어를 이끌어 내며 김승연 회장은 한화를, 국내를 대표하는 ‘10대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30년 전 연 매출 1조원에 불과했던 기업을 어느덧 41조원을 바라보는 그룹으로 키운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취임 30주년’을 맞아 김 회장은, 그 어떤 특별행사나 내부 기념식조차 열지 않은 채 조용히 ‘30년’을 기념했다.
◆‘이립’의 세월…그룹 매출 40배 성장
올해로 만 59세인 김승연 회장은 재임 기간으로만 따져도 국내 최장수 그룹 총수로 꼽힌다.
30년 세월이 말해주듯 산전수전을 겪으며 한화그룹을 금융, 전자, 유통, 레저 등 3차 사업 강자로 키워내며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취임 1년 만에 그는 제2차 석유화학 파동으로 경영난에 빠진 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을 인수해 석유화학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발굴했고, 2002년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한생명을 인수해 그룹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삼았다. 이후 정아그룹(현 한화호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등을 통해 서비스·레저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한화의 사업다각화에 채찍을 가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추진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무렵 진행됐던 그룹 구조조정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시 한화에너지 정유 부문(경인에너지) 등을 매각하며 32개였던 계열사를 절반 가량인 15개로 줄였다. 유사업종 간 통폐합을 통해 경영활동의 유기성을 강화한 조치였다.
자연스레 그룹 매출의 상승이 뒤따랐다. 취임년도인 1981년만 해도 매출액 1조원에 그쳤던 한화그룹은 2011년 들어 41조원을 목표로 하는 재계 10대 그룹(공기업 제외)으로 성장했다. 30년 간 매출규모가 무려 40배나 뛰어오른 셈이다.
‘제2의 창업사’를 새로 쓰고 있는 김 회장이지만 지난 세월 굴곡의 시간들도 많았다. 1990년대 초반 세계화 물결에 따라 추진했던 해외투자가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았고, 외환위기 직전에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그룹 존립위기까지 맞았다.
개인적으로도 검찰과 오랜 악연을 끊어내지 못한 채 크고 작은 일들로 여러번 수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 때마다 ‘30년 경영인’에 걸맞은 베테랑답게 위기의 터널을 속속 빠져나갔던 이가 김 회장이다.
◆미래 먹을거리, 태양광에 ‘올인’
지난해 불었던 비자금 수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김 회장의 대외 행보는 오히려 더 거침없다. 특히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은 태양광 산업 분야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지난해 8월 세계 4위의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글로벌 태양광 시장 공략에 첫 단추를 꿴 김 회장은 올 4월에는 한화케미칼이 1조원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공장을 착공하는 등 태양광 산업에 대한 수직계열화 작업을 마쳤다.
앞서 지난해 1월 한화케미칼의 30MW 규모 태양전지 생산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같은해 10월 태양광 기술개발 업체 ‘1366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한 것 역시 태양광사업의 수직계열화를 미리 염두에 둔 조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신사업인 태양광 분야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깊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해외 태양광 업체 인수나 폴리실리콘 공장 설립 등으로 사업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진/ 류승희 기자
◆글로벌 경영 가속화…아시아·아프리카 ‘강행군’
태양광사업에 대한 열정 외에 올 들어 김 회장은 글로벌 경영에 대한 박차를 가하는 일에도 여념이 없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을 따지지 않고 한화그룹의 글로벌화를 위해 비행기에 수차례 오른 행보가 그렇다.
지난 3월 동남아, 아프리카, 인도, 남미 등 신규시장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한 김 회장은 6월에는 중국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을 위해 ‘한화차이나’를 출범시켰다.
이어 7월에도 태양광발전, 플랜트건설, 금융,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20여일 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5개국을 돌아보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30년의 긴 터널을 지나 이제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김승연 회장. 그에게 있어 2011년은 ‘제2의 한화’ 창업에 매진하는데 분주한 한해가 될 듯하다.
◆‘장남 김동관’ 부상…3세 경영 준비?
최근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28) 차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면서 한화그룹도 ‘3세 경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김 차장이 한화의 신성장동력이자 미래 전략사업인 태양광 분야의 글로벌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더 그런 해석을 낳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근무중인 동관 씨는 지난 8월3일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함부르크SV 구단과 한화그룹간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현지에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과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 3월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화솔라원´이 미국 나스닥에 새로운 사명을 선포하는 자리와, 4월 태양광 발전사업을 전개할 ´한화솔라에너지´ 법인설립 자리에도 얼굴을 보였다.
대외 행사장에서 김 회장과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 역시 김 차장의 ‘후계자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김 차장은 김 회장과 나란히 참석했고, 11월에도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환영 만찬 때 김 회장을 수행했다.
김 차장은 하버드대를 나와 공군작전사령부 기획조정실에서 통역 장교로 복무했으며 지난 2010년 1월 한화에 입사했다. 한편 김 회장의 2남인 동원(26)씨는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을 공부하다 현재 군복무 중이며, 3남 동선(22)씨도 미국 아이비리그 소속 다트머스대에 재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