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프로야구 제19대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8월2일 구 회장은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이사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총재로 추대된 뒤 22일 공식 취임했다.

공식적인 임기는 유영구 전 총재의 잔여임기인 올해 말까지지만, 이변이 없는 한 3년 임기의 20대 총재로 재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유 전 총재가 퇴임한 이후 KBO는 이용일 총재 대행체제로 운영하면서 차기 총재 후보를 고심해왔다. 8개 구단주 중 선출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이들이 모두 고사하자 총재 후보 자격군을 대기업 총수 일가까지 확대했고 결국 구 회장을 총재로 추대했다.


 
◆못 말리는 야구사랑

구 총재는 야구선수 출신이다. 경남중학교 야구부에서 제법 실력 있는 외야수였다는 것이 야구계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고등학교 진학 시기 아버지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반대로 글러브를 벗었지만 야구 열정은 이후에도 식을 줄 몰랐다.

한국스포츠사진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야구 사진기자와 야구 원로들이 소장한 사진 12만점을 모았을 정도로 애착이 남달랐다. 2005년 구 총재는 이 중 800여점을 골라 야구 원로 하일 씨와 공동으로 ‘사진으로 본 한국 야구 100년’을 출간했다. 2007년에는 사비 3500만원을 털어 장충 리틀야구장에 전자식 전광판을 기증해 화제가 됐다. 모교인 경남고 야구 기숙사와 조명시설 비용도 구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구 총재의 야구사랑은 야구인들이 일찌감치 알아봤다. 2005년 대한야구협회는 구 총재에게 공로상을, 2007년 원로야구모임인 일구회는 대상을 수여하며 감사를 표했다.

선수로서의 열정도 남다르다. 일구회 대상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주임무는 ‘물 당번’이라고 겸손해했지만 최근까지 경남고 동문 중심의 사회인 야구단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구 총재의 취미는 야구경기 관람이다. 프로·아마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한다. 아마경기는 모교인 경남고나 고려대 경기를, 프로경기는 LG트윈스 경기를 챙겨본다. 잠실 홈경기의 절반 이상은 직접 관전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렇다고 목에 힘주는 회장님 스타일은 아니다. 야구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지만 매번 입장권을 구입해 경기를 즐긴다. VIP석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야구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면 그만이다. KBO 총재로 추대되고 이틀 뒤에도 그는 7000원짜리 입장권을 직접 구입해 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관전했다. 한편 구 총재는 KBO에서 제공하는 차량 및 개인비서는 물론 급여까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과의 관계는

구 총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형이다. LG가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이 할아버지이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아버지다.

희성그룹은 LG의 명성에 비해 그리 잘 알려진 그룹은 아니다. 희성전자, 희성금속, 희성화학, 희성정밀, 삼보E&C, 깨끗한나라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그룹이다. 1995년 계열분리 때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LG그룹은 형인 구본무 회장이 맡고 구 총재는 희성그룹을 이끌고 LG계열에서 떨어져 나왔다. 지난 3월 LG전자 차장으로 승진한 LG그룹 후계자 광모 씨는 사실 구본능 회장의 장남이다. 구본무 회장이 아들이 없어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구 총재는 사실상 지배회사인 희성전자(42.1%)를 비롯해 금속, 정밀 등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도 4.98% 가지고 있다. 그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1 세계 부호 순위에서 1057위에 올랐고, 1조1566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구 총재만큼이나 야구사랑에 빠지지 않는 구본준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구 부회장 역시 경남중학교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야구광이다. 수시로 LG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을 찾는다.
 
그런 그가 지난 8일 LG트윈스 구단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것이지만, KBO 총재에 오른 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일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신용삼 LG경영개발원 사장이 구단주 대행으로 구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어떤 역할 하게 되나

구 총재 체재의 KBO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취임 일성에서 ‘KBO는 어린이 조직 같다’는 쓴말을 뱉어낸 것부터 변화의 의지가 가득 차 있다. 해마다 관중이 늘어 올해는 650만명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지만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 구 총재의 진단이다.

그가 예고하는 KBO는 뛰는 조직, 살아있는 조직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외협력업무 강화와 야구장 시설 개선, 야구시장 확대와 수익구조 개선, 아마추어 및 범 야구계의 원활한 소통, 한국야구 국제화 등 5가지 비전을 제시하면서 ‘열정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KBO의 핵심 현안은 10구단 창단 문제다. 프로야구 제9구단인 엔씨소프트와 함께 10구단을 2013년에 동시에 참여시켜 10구단 체제를 계획했던 KBO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선수 드래프트 등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미 참여기업의 윤곽이 잡혀야 2013년 10구단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구 총재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야구계와 재계 안팎을 넘나드는 인맥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다. 3번째로 선출된 민선총재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프로필>
1949년 부산 출생/경남중-경남고-고려대/1976년 LG상사 입사/1992년 희성금속 부사장/1996년 희성그룹 회장/2011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