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가 은행 내부의 카드조직을 분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3월 KB국민카드가 국민은행으로부터 분사, 출범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연내 목표로 우리카드의 분사 작업이 한창이다. 농협중앙회도 마찬가지. 농협은 자사 카드인 NH카드를 단계적으로 분사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사에서 카드사업을 은행 조직으로부터 나누려는 하는 이유는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3월 분사해 전업계 카드사로 변신하며 단숨에 업계 2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또한 은행에 소속돼 있을 때는 진행이 더뎠던 지주 계열사인 은행, 보험, 증권 등을 연계한 상품도 적극 개발 중이다.
 
하지만 카드사를 분사하기는 부직포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얽힌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카드사로 보낼 직원들을 선택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우리금융, 카드 사업은 카드 전문가가 맡아야

"연내 카드사를 분사하겠습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카드사업 분사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 회장은 "은행에서는 카드를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다보니 업계 1위인 신한카드보다 고객은 많지만 시장점유율이 7.2%에 머물고 있다"며 "카드사업을 은행에서 분사해 전문인력을 강화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연내 카드사업 분사를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금융위원회 등의 인가를 받기 위한 서류 작업 중이다.
 
우리금융이 카드사 분사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 내부에 있을 때보다 유연한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이라는 측면에서는 은행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카드사업은 자금조달보다 마케팅이 사업 성패를 가늠하기 때문에 카드사업에서는 유독 중시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의사결정이라는 측면에서도 거대한 은행조직에 내에 있는 것보다 빨라지기 때문에 마케팅의 유연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카드사업은 전문적인 조직이 맡는 게 마케팅에 유리하다"며 "분사를 하면 카드사의 마케팅 싸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우리카드를 분사시켜도 기존 BC카드 체제를 그대로 존속한다는 방침이다. BC카드 회원사인 우리은행은 이미 '우리V카드'라는 단독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기반은 BC카드다. 카드사업이 독립될지라도 이 같은 체제를 유지, BC카드와 연계하지 않은 독자 카드는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은행으로부터 카드를 분사시키면 그룹 차원으로도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지만 은행이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지주 내에서 차지하는 수익비중이 24%에 달하는 반면, 카드의 비중은 3%에 머물고 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카드사를 분사함으로써 카드업을 확장해 은행에 편중된 수익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인 민영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카드사업 분리로 기업전체 가치가 상승하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적자금 13조원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주식평가액은 아직 10조원에 불과한데 카드사 분리로 수익 및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주가도 오를 거란 얘기다.

물론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2년 초에 은행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카드대란으로 2년 만에 다시 은행 품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이때 은행이 카드사의 뒤처리를 해준 만큼 또다시 카드사가 분사할 경우 직원의 반발도 예상되는 것.

또 최근 카드시장이 포화된데다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 따라 분리한다 해도 마케팅 비용을 마음대로 지출할 수 없어 업력이 수직상승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 NH, 하나하나 신중한 행보

농협중앙회는 NH카드 분사를 두고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년 3월 신용·경제분리를 앞둔 농협중앙회는 NH카드(농협카드)보다 NH보험(농협보험)을 먼저 분사시켰다. 금융권에서는 현재까지 내부에 있는 NH카드 분사는 시기상조일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농협중앙회도 NH카드 분사를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업을 일시에 은행(농협)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카드 관련 회계 등의 업무를 순차적으로 은행과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독립시키겠다는 것이다. 
 
NH카드는 현재 은행(농협)으로부터 의사결정처리 권한을 받아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카드사가 갖는 유연한 마케팅을 위함이다. 내년부터는 회계처리도 은행과 독립적으로 할 계획이다.
 
NH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독립으로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자회사가 되는 것도 주식 등의 사안이 있어 나중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농협의 카드사 분사가 이렇게 신중한 이유는 분사하더라도 기존 카드사 빅4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카드의 시장점유율은 5~6% 정도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 20%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NH카드는 은행은 물론 BC카드로부터의 독립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BC카드 회원사인 NH카드는 2009년 11월부터 독자 카드인 NH채움카드를 출시했다. NH카드는 전국 농협단위조합과 제휴를 맺고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 등 농협의 유통망을 최대한 이용해 2012년까지 채움카드의 시장점유율을 1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농협은 BC카드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NH카드 사용자 중에는 체크카드를 포함해 1100만여명이 여전히 BC카드 회원이기 때문이다.

NH카드 관계자는 "BC카드에서 탈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BC카드와 독자카드인 NH채움카드의 듀얼 체재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