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장타자 부바 왓슨이 상금순위 10위에서 사라졌다. 결국 장타자 출신은 모두 사라진 셈이다. 올해는 드라이버 거리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한해로 기록될 것인가 보다. 최경주 선수와 데이비드 탐스 선수의 하락도 눈에 띈다. 비슷한 시기에 1년 중 최절정의 기량을 보여 주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라는 가장 큰 판의 연장전에서 만난 사이이니까. 그 이후 꾸준한 실력을 보이는 것도 비슷하지만, 새로운 우승이나 TOP10 소식이 잠잠해 지면서 순위가 내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PGA 투어는 총 상금액의 20%를 1위에게 준다. 50억원이 걸리면, 그 중 10억원을 우승자에게 준다는 뜻이다. 보통 160명 정도가 참가한다고 생각하면, 30명 이상의 몫을 한사람이 챙겨가는 셈이다. 대표적인 승자독식 구조다. 그러니 우승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순위에서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눈에 띄는 선수가 한명 있다. 바로 매트 쿠차(Matt Kuchar, 미국, 1978년생) 선수다. 상금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모두 올 시즌 우승을 1회 내지는 2회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매트 쿠차 선수만이 유일하게 우승 기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금랭킹 4위를 기록하고 있다. PGA 투어의 승자독식 구조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기록을 한번 살펴보았다. 드라이버 거리 285야드, 136등. 드라이버 정확도 65%, 48등. 그린 적중률 68%, 29등. 장타자는 절대 아니다. 전형적인 정확성 중심의 선수임을 알 수 있다. 퍼팅 0.42, 31등. 스크램블링 53%, 9등. 스윙은 정확하다. 퍼팅과 숏게임이 좋다. 점수가 좋은 선수들의 공통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매트 쿠차의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TOP10 피니시다. 출전했던 20회의 대회 중에 9번을 TOP10에 들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20회 대회를 출전했다는 것 자체가 체력이 좋고 성실하다는 뜻이다. 거기에 더하여 거의 50%의 확률로 TOP10에 들었다는 것은 대박을 터뜨리지는 않지만, 항상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대박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대박의 꿈. 승자독식의 구조가 자리 잡고 그만큼 성실한 성공의 희망이 많이 줄어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하면 억측일까? 정부가 나서서 로또의 꿈을 광고하는 사회는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의 회장님이 푸념했다고 한다. 왜 본인은 친척인 다른 그룹의 회장님보다 TV나 다른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냐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사업독식에 이어 스타성 욕심까지.
매트 쿠차. 늘 2인자의 자리에 있기에 스타성은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하지만 별로 유명하지 않는 서민의 왕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