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홈그라운드에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는 중국의 격언이다. 힘세고 강한 동물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유리한 환경에서의 싸움은 패배를 부른다는 의미다. 경제 교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국에서 명성 높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나라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 격언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은 해마다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마켓이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돈만 쫓다가 중국에서 큰 손실을 본 기업도 상당하다. 10년 가까이 중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줄곧 적자를 보고 있는 대기업에서부터, 예상외 손실로 야반도주하는 중소기업들까지 중국의 성공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코트라 베이징무역관(KBC)에서 만난 박한진 부관장은 경제 한류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위의 격언을 예로 들었다. 성공하기에 결코 만만하지 않은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한류? 기대보다는 경계해야
“가수 박진영 씨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한류를 지속하려면 한(韓)자를 빼야 해요. 벌써부터 한국의 '한'을 찰 한(寒)자로 표기하는 나라도 생겼어요. 문화는 강제할 수 없습니다. 역풍의 우려가 높아요.”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지자 박 부관장은 우선 한류 이야기부터 꺼낸다. 지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던지는 화두다.
그가 보는 한류는 양방향이 아닌 일방적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자화자찬’ 수준이다. 과거 할리우드 영화나 팝 가수에 열광하던 때나, 홍콩 느와르에 목을 매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쫓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처럼 한류도 마찬가지로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문화 코드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한류가 경제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에도 회의적이다. 드라마나 영화, 가수 때문에 한국 상품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일관되지 않은 한국의 대중국관도 중국인들이 한국을 불편해하는 이유라고 덧붙인다. 예컨대 언론에서 중국을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며 칭송하다가도 다음날이면 ‘중국 정부의 세금폭탄에 한국기업 위기’ 식의 기사가 나가는 것을 중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이다.
가장 큰 문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중국은 외국 자본에 대해 경계를 낮추지 않는다. 중국 내에서 이윤을 얻으려면 응당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 기업의 경우 지금까지 중국 내에서 CSR을 잘 못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한 유명 잡지에서 중국 국민을 상대로 G20 국가의 호감도 조사를 했는데 일본이 6위, 한국이 9위로 나타났어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한국은 적어도 일본보다 앞서 있어야 하잖아요. 그만큼 한국은 인색한 나라라는 시각이 있어요.”
◆중국 내에서 선전하는 대기업들
그는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은 중국 내에서 글로벌 브랜드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습니다. 직원 대우부터 달라요. 삼성그룹의 중국법인인 삼성차이나는 중국 내 사회공헌활동 연감을 꾸준히 내고 있을 정도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집니다. 비교적 늦게 중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적극적인 활동으로 중국 내에서 번만큼 내놓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에는 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 카드로 4조위안(약 660조원)을 시중에 유통시키며 경기부양책을 폈다. 이때 가전·자동차 등에 대해 보조금이 투입되면서 현대차는 빠른 시간 동안 급격한 성장세를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보조금 지급 전까지 중국 내에서 월간 판매순위 12~13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2위까지 올랐다.
“현대차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130여개 부품협력업체가 밤잠을 못 이룬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당시 보조금 혜택 차종 중 가장 좋은 차가 현대차였으니 꼭 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조금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차는 없었을 겁니다.”
소프트한 업종을 따지자면 단연 CJ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CJ는 전공분야인 각종 식품류를 비롯해 극장 체인점 CGV와 홈쇼핑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특히 CJ오쇼핑(합작법인명 동방CJ)은 중국 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활약 기업 중 하나다.
“상해를 기반으로 홈쇼핑 분야에서 중국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어요. 판매에 금기시되는 제품도 없어요. 방송 중에 금을 판매하는가 하면 벤츠나 BMW 등 고급차도 팔아치웁니다.”
◆중국을 꼬드겨야 성공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성공전략에는 어떤 원칙이 있을까? 그는 어느 다국적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국가를 내세우기보다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칫 국가를 내세우다가 역풍을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 우호사상이 뿌리박힌 중국에서 국가 브랜드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중요한 점은 ‘현지화’다. 내가 잘 하는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박 부관장의 의견이다. 그는 중국 수요를 이해하기 위해 ‘연애론’을 예로 들었다.
“마음에 드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칩시다. 그러려면 그녀 주변의 능력 있는 남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잖아요. 근데 ‘나를 믿고 따르라’고 하면 먹히겠어요? 이 여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죠. 꽃을 좋아하는지, 빵을 좋아하는지. 심지어 친구까지 꼬드겨야 할 정도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외모가 비슷하다고 속까지 한국 사람하고 비슷하다고 착각하면 오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