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연길에서도 북경현대의 차를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백효흠 베이징현대(北京現代) 판매본부장(부사장)은 따끈한 소식이라며 말문을 연다. 기자와 만난 9월 초, 연길시와 택시교체와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1년 동안 대차를 해야 하는 연길시의 물량은 총 2500대. 이중 북경현대가 2000대를 소화하기로 했다. 1차분 150대가 9월 말부터 들어갔다.

연길이 포함돼 있는 길림성(지린성)을 비롯해, 요령성(랴오닝성), 흑룡강성(헤이룽장성) 등 동북3성은 일기폭스바겐(제일기차와 폭스바겐의 합작회사)의 홈그라운드다. 일기폭스바겐은 지난해 중국에서 87만대를 팔았다. 중국 내 판매순위 3위다. 반면 지난해 북경현대는 70만대를 넘어서며 4위에 올랐다. 북경현대가 중국 내 ‘빅3’로 올라서기 위해서 꼭 넘어서야 하는 상대가 일기폭스바겐이다.


 
북경현대에게 연길에서 2000대를 판매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중국은 합작사와 함께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상하이에서 GM과 폭스바겐이 국민차라면 광저우에서는 혼다와 토요타가 장악하고 있는 식이다. 연길시 택시는 종전 일기폭스바겐이 장악하던 시장이다. 이곳에서 수주했으니 판매량 증가는 다른 곳에 비해 두 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중국의 성은 각각 다른 나라로 봐야 합니다. 언어가 다르고 땅이 넓다보니 홍보를 해도 파급 속도가 느리고 신차 효과가 안 나 판매 전략이 잘 안 통합니다. 한국과의 규모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죠. 한국엔 국제수준의 모터쇼가 2개에 불과하지만 중국에서는 700개나 됩니다. 각각의 성마다 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생각으로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4S점을 지난해 600여개에서 올해 720개까지 늘렸다. 규모로 보자면 중국 내 최대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4S점은 한국에는 없는 형태로 판매 대리점(sale)과 부품 판매(sparepart), 애프터서비스(service), 정보 조사(survey) 등을 하는 일종의 확장 형태의 대리점이다. 중국 내에서 브랜드의 영향력을 따질 때 4S점의 수치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택시전략’이 저가 브랜드의 고착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결국 판매 신장으로 불식시켰다. 2005년 택시 보급에 힘 쓴 이래 지속적인 판매성장을 이루며 2009년 57만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중국 자동차회사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택시의 65%(약 4만3000대)를 차지하는 엘란트라(내수명 아반떼 XD)가 북경현대의 홍보대사 역할을 했고 결국 전체 차량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택시 회사에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이 들어맞고 있어요. 이들이 우리의 품질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죠. 과거 한국에서 SM5가 성공한 것도 택시기사의 입소문에서 시작됐잖아요. 분명히 택시는 승용차 판매 증진의 중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미지 손실’ 보다 오히려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택시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이 백 부사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엘란트라 이전까지 북경 택시를 주름잡았던 택시가 1960년대 개발된 폭스바겐의 구형 제타임을 감안하면 엘란트라는 그랜저 이상의 승차감을 주는 셈이다.
 
◆딜러에 감동주자, 자부심 부쩍


올해 5월 북경현대는 지난해 3000대 이상을 판매한 우수 딜러 45명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그간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의미였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 건강검진이다. 현대차 임원에게 지원되는 복지 프로그램을 딜러단에게도 똑같이 적용한 것.

딜러단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받은 후 ‘’최고급 병원에서 건강검진까지 챙기는 걸 보니 북경현대가 나의 건강까지 생각해준다’, ‘북경현대의 가족이라는 자부심이 생겼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통상적인 행사로만 여겼던 딜러단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와 일일이 악수를 청할 정도의 극진한 대접에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2008년 이후 600여개의 딜러 중 영업 때문에 적자가 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딜러의 성공이 곧 북경현대의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영업파트너의 이익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위상에 딜러 줄섰다

북경현대에게 있어 2002년부터 2007년까지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던 시기라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시기다. 백 부사장은 이 시기를 ‘눈물의 3년’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가. 그동안 중소형 차량에 집중했던 판매전략을 고급화로 전환했다. YF쏘나타가 고급화 전략의 첫 단추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 8에 착안해 중국 내에서는 ‘제8대 쏘나타’로 홍보하고 있다. 그는 올해를 ‘브랜드파워 성장기’라고 설명한다.
 
쏘나타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내 북경현대의 브랜드파워가 높아졌고, 더불어 딜러 영향력도 동반성장했다.

“이전까지는 딜러 모집 광고를 해도 찾아오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신청자가 줄을 잇고 있어요. 현재 100명 이상이 딜러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달라진 북경현대의 위상을 실감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