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A과장은 속속 은퇴하는 선배들을 보면 절로 심란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은퇴하고 난 후 한 숨 쉬는 선배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뒤늦게라도 노후준비를 해보려고 하니 올해 초 장만한 주택 대출금과 아이들 학원비만 따져도 빠듯한 게 현실이었다.
◇ 은퇴준비는 얼마나 하고 있나?
"돈 없는 건 젊을 땐 불편하지만 늙어서는 불행합니다."
절실하게 와 닿는 말임에도 실질적으로 노후를 철저히 준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6명(61%)은 노후준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고령자(39%)의 노후준비도 미흡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녀 교육비, 부동산 대출금 등으로 우선순위가 밀리다 보면 당장 닥치지 않은 노후는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 다.
결국 노후준비는 국민연금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가장 실질적으로 보장을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대비를 하는 것은 60점 수준에 그친다. 국민연금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노후 필요 생활비는 개인기준 '적정수준' 인 111만원이고, 최소 수준은 76만원이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보다 여유로운 노후를 원한다면 개인연금으로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젊은 시기에는 은퇴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이 들어도 할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생활비, 교육비등으로 지출항목이 늘어나 결국 아무런 준비 없이 은퇴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젊은 시기부터 은퇴예산을 과도하게 잡을 필요는 없지만 소량이라도 조금씩 은퇴 자금을 준비해 놓으면 좀 더 여유 있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승호 국민은행 방배 PB센터 팀장은 젊은 시기 지출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 팀장은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소득이 지출을 증가하는 유일한 시기"라며 "이때 잉여 자산을 일정부분 연금저축에 납입하거나 목돈 마련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노후 준비는 어떻게?
그렇다면 나머지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김창호 한국재무설계 팀장은 노후 자금으로 ▲부동산자산 ▲현금자산 ▲연금자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에 따라 노후 자금 계획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몇년 전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좋아 부동산 하나만 가지고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다시 부동산 활황이 없을 거라는 예측이 대다수다. 부동산만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미리 준비하면 확실하게 노후대비를 할 수 있는 게 연금자산이다. 박승호 팀장은 "노후준비의 시작은 개인연금"이라며 "개인연금은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에 20,30대 젊은 직장인들도 소득공제 혜택만 받아도 장점이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연금은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개인연금은 증액이 가능하기 때문에 젊을 때는 400만원을 다 채울 필요 없이 지속성을 따져가며 납입할 것을 권했다.
김창호 팀장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가장 우선적으로 노후 자금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30,40대 젊은 시기에 수입이 많아도 소비를 줄이고 노후를 위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기 상품은 사업비가 있어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강제저축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노후 준비를 위한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변액연금보험과 변액유니버셜보험이 있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불입하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 된다. 변액연금보험은 펀드로 운용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이 상품은 주식편입비율이 30~50%로 채권 위주로 운용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을 올릴 수 있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이다. 주식위주의 펀드 비중이 70%이상 되기 때문이다. 위험요인이 높은 만큼 고수익 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변액보험의 실적배당 특징에 유니버셜보험의 입출금 기능을 결합한 상품이다. 투자기능과 추가납입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단 연금 전환시점의 경험생명표가 적용돼 연금 누계액이 변액연금보다 적다는 게 단점이 다. 또 원금보전이 되지 않다.
김 팀장은 "젊은 시기에는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는게 좋다"며 "이때는 두 상품의 비중을 50:50으로 해 변액유니버셜보험의 비중을 높이 는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젊을 때 유니버셜을 들어야지 수익률이 적게 나도 나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돈은 있지만 미리 연금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즉시연금을 가입해도 좋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금융기관에 맡기고 긴 거치기간 없이 매달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 즉시연금보험가입액이 1조원을 돌파했는데 자녀교육과 내집마련 등으로 적절한 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시연금 상품 중에는 고정 금리를 제공하는 확정금리형과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금리연동현,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변액즉시연금형 상품이 있다.
■ 은퇴준비 상담 서비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노후설계컨설턴트(문의 번호 1355)를 통해 은퇴 준비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들을 수 다. 또 인터넷사이트 '내연금'(csa.nps.or.kr)을 이용하면 스스로 자신의 노후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한 재무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에서는 보험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고 상품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