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목사’가 사체로 발견됐다. 이번에도 민태연 검사는 고인의 혈액을 마셔 용의자 양시철이 목사를 찌르는 잔상을 확인한다. 그런데 윤재희 변호사는 왜 가난한 범인의 무료변론에 나섰을까. 그리고 드러나는 ‘선행 목사’의 충격적인 반전.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의 지난 10월25일 4화 1편 얘기다. 대학생 나모씨(26)는 요즘 ‘뱀검’의 묘미에 푹 빠졌다. 일요일 밤 11시만 되면 어김없이 TV리모컨을 OCN에 고정시킨다.
케이블TV의 역습이 매섭다. 지상파의 아성을 흔들 만큼 위협적이다. 케이블의 약진은 ‘케이블 시청률×10=지상파 시청률’이란 방송가의 공식을 깨뜨렸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케이블이 방송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슈스케 열풍’이 입증하듯 지상파가 케이블의 프로그램을 변용할 정도로 두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드라마 역시 케이블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고 수억원의 회당 제작비를 쏟아부을 정도로 스케일이 달라졌다. 지상파가 접근하지 못하는 케이블의 장르 확장성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열혈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다.
◆케이블 위상 높인 슈스케 ‘오디션 열풍’
TV 콘텐츠의 판도변화를 이끌 케이블 방송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net <슈퍼스타K>다. 방송가를 휩쓰는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진원지로 꼽힌다.
작년 하반기 최고 시청률을 연거푸 갈아치운 <슈퍼스타K2>는 프로그램 명칭에 걸맞게 허각, 존박 등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허각은 KBS 2TV <뮤직뱅크>에서 최근 ‘헬로’로 1위에 올라 “케이블 스타가 지상파를 접수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Mnet이 주도한 ‘오디션 열풍’은 경쟁사나 공중파에서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쏟아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슈스케와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MBC의 <위대한 탄생>이 대표적이다. 첫 방송 당시부터 슈스케를 따라 한 형식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3명의 심사위원, 2명 이상 통과 시 합격, 예선-본선 제도 등이 비슷하다.
슈스케의 위세는 시청률에서 실감할 수 있다. 케이블의 한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가 집계한 지난 10월14일 <슈퍼스타K3>의 최고 시청률은 전주보다 2.56%포인트 증가한 13.98%로 9월30일의 13.4%를 경신했다. 같은 날 MBC <위대한 탄생2>는 전주보다 2.2%포인트 오른 15.3%를 기록했다.
슈스케의 ‘콘텐츠 파워’는 예능이 아닌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 ‘올인’했던 제작진의 16년 노력의 결실로 볼 수 있다. 장르별로 세분화한 콘텐츠 제작 노하우로 승부하고 있는 슈스케는 케이블TV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한다. 슈스케3의 광고비가 지상파 수준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케이블 드라마에 꽂힌 열혈 마니아들
‘케이블 드라마’도 확 달라졌다. 제작 여건이 여의치 못해 ‘B급’으로 평가받던 과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1%를 뚫으면 대박이라는 통념을 깨고 최근 시청률은 이를 뛰어넘어 흥행을 시현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 시장은 힘을 못쓰고 있다. 평균 시청률 20%를 넘기는 드라마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케이블 드라마들의 영향이 크다.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하는 장르와 참신한 소재로 흡입력 높은 작품을 선보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공중파에 비해 표현의 방식이 한층 자유로운 케이블은 다채롭고 새로운 장르의 파격 시도가 가능해 드라마 영역을 한층 확대시키고 있다.
드라마 제작비도 지상파를 능가할 정도로 스케일이 커졌다. tvN의 <로맨스가 필요해>와 <기찰비록>, <위기일발 풍년빌라>, OCN <뱀파이어 검사> 등은 총 제작비가 30억원에 달한다. 최근 종영한 CGV의 <소녀K>는 3회 방영에 TV 무비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원을 제작비로 썼다. 그 결과 블록버스터급의 완성도 높은 영상미를 선보여 케이블 드라마 최고시청률 3%를 넘겼다.
케이블 드라마에 B급 연예인만 출연한다는 통념도 과거 얘기다. <뱀파이어 검사>엔 연정훈, 이영아, 이원종이 출연했다. tvN은 <로맨스가 필요해>에 조여정, 최여진, 최송현 등 주연급 스타들을 캐스팅해 지상파와 케이블의 장벽을 허물었다.
케이블은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신화도 쓰고 있다. 2007년 4월에 첫 방송된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현재 시즌9까지 선보이며 ‘케이블계의 전원일기’라 불린다. OCN <신의퀴즈>는 시즌1 방송 당시 시즌2에 대한 청원운동이 벌어져 결국 시즌2를 론칭하게 했고, tvN <로맨스가 필요해>도 시청자들의 요구로 시즌2가 준비 중이다.
OCN <야차>와 tvN <로맨스가 필요해>는 국내 론칭 전에 역대 최고가로 일본에서 먼저 판매하는 쾌거를 이뤄 케이블 드라마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CJ E&M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케이블이 선전하는 것은 10년 이상의 전문적인 제작 노하우 속에서 얻어진 자신감과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