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용 씨는 지갑은 안 갖고 다닌다. 스마트폰에 각종 카드와 멤버십 카드를 담아놔 지갑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나씨는 가맹점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송한 할인 쿠폰으로 쇼핑을 즐긴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모바일카드로 결제하며 통신사의 멤버십으로 할인을 받고 스탬프도 스마트폰으로 받았다. 스탬프를 한번만 더 찍으면 커피가 무료임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리는 모바일 결제시장의 밑그림이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카드사와 통신사와 협의를 통해 모바일카드 결제시장을 앞당길 계획이다.
모바일카드가 시장에 나온 것은 9년 전. 하지만 일반인들의 사용은 미미해 현재 시장 초기 단계나 다름없다. 그동안 개별 카드사와 각 통신사는 모바일카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면서도 비용 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프라 구축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방통위가 팔을 걷어 붙였다. 방통위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방식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결제시장을 앞당기기 위해 카드사와 통신사간 조율을 진행해왔다. 11개 카드사와 3개 통신사가 차례 회의를 거듭해 지난 6월 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11월10일부터 명동에서 NFC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 대대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복수의 카드사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시범사업이지 않겠느냐"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연 방통위가 주도하는 모방일 결제시장 확대는 실현될 수 있을까.
류승희 기자
◆9년 된 모바일카드, 그러나 아직도…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LG카드(현 신한카드)다. LG카드는 지난 2002년 2G폰에 모바일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칩을 삽입했다. 2007년 5월에는 3G폰에 USIM을 넣고 여기에 모바일카드를 다운로드 받는 기술을 개발했다.
후발주자로 선전하고 있는 곳이 하나SK카드다. 하나SK카드는 3G폰에 모마일카드를 탑재했다. 모바일카드에서는 두 업체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가입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신한카드가 2G와 3G를 합쳐 모바일카드 회원수가 11만명, 하나SK카드 역시 15만명 정도다. 전체 카드 회원의 1% 미만이다.
카드업계는 모바일카드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가맹점의 결제 인프라 미비를 꼽았다. 모바일 결제를 처리하려면 '동글이'라고 불리는 NFC리더기가 필요한데 이 동글이가 아직 보급돼 있지 않다. 현재 전체 카드단말기 중 동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모바일카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 낮은 편이다. 강임호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마그네틱카드를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에 소비자 관성이 있어 모바일카드로의 이전이 쉽지 않다"며 "카드 고객이 휴대폰을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NFC 도대체 뭐야?
방통위가 지지부진한 모바일 결제를 확충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은 NFC 기술의 확대다. NFC는 현재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외관상의 사용은 비슷하지만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NFC는 기존의 모바일카드 결제를 포괄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바일결제를 함과 동시에 가맹점이 쿠폰을 스마트폰 단말기에 전송하는 등의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NFC 단말기를 보유한 가맹점은 할인쿠폰 서비스, 지역가맹점 정보 서비스, 멤버십 호환 등 여러 마케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P2P(Peer to Peer)서비스로 스마트폰 단말기끼리도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다.
방통위는 이번 MOU 체결로 NFC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보급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까지 NFC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와 팬택에서 출시한 베가레이서 2종뿐이다. KT는 현재 아이폰4에서도 NFC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NFC커버를 판매 중이다.
방통위는 이통사 등 관련사업자들이 연말까지 500만대 이상의 NFC폰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통위는 시범사업으로 명동지역 200여 가맹점에 NFC 서비스를 실시한다. 12월까지 약 4개월간 20~30대 연령층이 자주 찾고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명동지역의 음식점, 커피 전문점, 편의점, 패스트푸드, 주유소,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NFC 인프라를 구축했다. NFC용 결제기 및 NFC 태그 스티커를 제작해 보급하고, 이 태그를 인식하면 가맹점 정보, 상품·서비스 정보제공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로 연계하는 것이다.
◆활성화 시기, "미지수'
문제는 기술보다 카드사와 이통사가 인프라 구축에 얼마나 협조할지다. 방통위 관계자는 "카드사와 이통사가 각각 역할을 나눠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도 기대감을 키웠으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지한 상태다. 카드사들이 당장 뛰어들 수 있게 준비는 사실상 마쳤지만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자한 만큼 이윤을 남길 수 있을지도 불분명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임호 교수는 "각종 신용카드와 멤버십카드가 지갑 속에 가득한 상황에서 앞으로 모바일이 주요한 결제 채널이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의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카드사업이 여러번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사업이 확실하다면 '시범사업'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모바일 결제시장의 확대에 의구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