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가 약한 루머나 기대감만으로 형성된 테마주들은 마치 종목들 또는 투자자들 간 '진흙탕 싸움'을 연상케 하며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결국 금융감독당국도 테마주를 단속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 그렇지만 주식시장에서 테마가 인위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투자자들 스스로 테마주에 현혹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올해 증시를 뒤흔든 테마들
올해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됐던 테마는 뭐니 뭐니 해도 정치인 관련 테마주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미 올 상반기부터 대선 주자들과 연관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던 것.
하반기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면서 시장 후보들과 관련한 기업들이 테마로 묶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기업들이 해당 정치인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느냐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정책, 공약 등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단지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고, 오로지 정치인과 인맥이 형성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 대열에 들어온 종목들도 많았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 테마주로 거론됐던 기업으로는 풀무원홀딩스, 웅진홀딩스, 휘닉스컴 등이 있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소위 '박원순 테마'로 불린 이유는 단순히 박 시장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데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는 다시 크게 떨어졌다.
바이오 관련 기업들도 올해 증시를 흔들어놓은 테마주들이다. 지난 6월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줄기세포를 비롯한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수십퍼센트 오른 바 있다. 태양광과 LTE스마트폰 관련 종목들도 올해 증시에서 이슈가 됐던 테마주다.
◆테마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증시에서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자 금융감독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테마주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각종 루머에 의해 생산되는 테마주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함께 합동 루머단속반을 꾸려 일부 증권전문방송, 인터넷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고 유포·재생산하는 행위를 단속하기에 나섰다.
단속 대상은 특정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과의 친분이나 정책 관련성에 대한 미확인 정보를 생성, 유포하는 행위다. 또 자원개발 및 바이오사업 등 미확인 사업 내용을 과장하는 행위 등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대규모 투자피해가 우려되는 중대 사안에 대해 거래소와 심리단계에서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검찰·경찰과도 공조하기로 했다. 이처럼 감독당국이 테마주 단속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자 이와 관련된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진 바 있다.
◆테마주에 관심 끄는 게 최선
하지만 테마주의 가격 하락세도 잠시. 감독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테마주는 며칠 만에 다시 주가가 올랐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금감원의 조사 발표 당일인 11월21일 주가가 10.93% 급락했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주가가 12% 급등하며 감독당국의 수사를 무색케 했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 테마주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 바이오 및 LTE스마트폰 관련주 역시 내년에도 주요 테마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루머에 현혹되지 않고 테마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계속 되는 한 테마도 계속 생산될 수밖에 없다"며 "기존 테마가 다른 형태로 발전하거나 새로운 테마가 생길 수는 있어도 증시의 속성상 테마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정치인 테마주는 계속 기승을 부리겠지만, 테마는 시장에서 만들어지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므로 어떤 테마가 새로 등장할 것이라 예측하긴 어렵다"며 "다만 테마가 만들어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면 주가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테마에 이끌려 투자하는 것은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을 가능성이 높고 리스크도 크므로 관심을 멀리해야 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조언이다. 한 증시전문가는 "테마주의 상당수가 몇백원, 몇천원짜리 저가주들인데 이런 종목에는 처음부터 관심을 끄는 게 상책이다"고 강조했다.
증시 최고 테마는 "역시 안철수"
테마주로 언급됐던 종목들 중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어디일까? 정치인, 바이오, LTE스마트폰 등 주요 테마에 속한 일부 종목들의 주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안철수연구소가 연초부터 11월 말까지 무려 500%에 육박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30일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연초(1월3일) 이후 주가상승률은 497.41%다. 바이오테마주인 메디포스트 역시 264.07%의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박근혜 테마주로 꼽히던 보령매디앙스와 바이오스페이스는 각각 229.37%와 224.73% 주가가 올랐다. 이밖에 아가방컴퍼니, 알앤엘바이오, 솔고바이오, 하이스틸, 지아이바이오, 모나미, 오텍, 대유에이텍 등은 100% 이상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