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이연하(31) 씨는 이른바 '스마트 푸어'다. 부부가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다. 가정 내 초고속인터넷과 IPTV에 남편이 쓰는 아이패드까지, 통신비만 2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번엔 진짜로 통신비 부담을 낮춰 줄 '반값 통신'이 탄생하는 걸까. 

통신비 부담이 날로 늘어만 가는 요즘 저렴한 통신요금을 앞세운 제4이동통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제4이통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낯선 용어에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쌓여만 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제4이통을 둘러싼 궁금증과 최근 논란을 짚어봤다.
 

 
◆ 통신사를 하나 더, 왜? 
 
전 국민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는 시대. 이미 통신시장은 포화 상태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 ‘네 번째’ 통신사 탄생이 목전에 다가왔다. 이미 치열한 시장에 경쟁자를 하나 더 등판시킬 필요가 있는 걸까.
 
제4이통이 기존 통신사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4G 와이브로 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신비를 약 30% 가량 줄이면서도 초고속인터넷, IPTV 등과 함께 음성통화 역시 MVoIP(무선 인터넷 전화)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제4이동통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두 곳. 2번의 고배를 마시고 삼수째 도전하는 KMI(한국모바일인터넷)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도하는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다. IST의 주요주주로 참여했던 현대그룹은 12일 투자를 전격 철회해
 
동부그룹이 주축이 된 KMI의 초기 자본금은 6300억원 규모로 내년 상반기까지 출자금을 1조2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B모바일과 현대그룹이 주축이 된 IST는 초기자본금 7000억원 규모의 초기자본금을 투자할 방침이었으나 적격심사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현대그룹이 12일 투자를 전격 철회함으로써 방통위의 사업자 승인 본심사를 목전에 두고 IST가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와이브로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장비공급 형식으로 두 컨소시엄에 모두 참여했다.
 
방통위는 이르면 12월 내에 본심사를 마무리 짓고 1개 사업자를 허가대상 법인으로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심사기준에 사업승인 심사 이후 주요주주를 변경하면 부적격 판정을 받도록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KMI 단독으로 심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시화된 제4이통의 탄생은 급증하는 스마트 푸어족과도 무관치 않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전방위적인 통신비 인하 요구에 방통위는 지난 6월 ‘통신요금 인하안’을 발표했지만, 기본요금 1000원 인하 등에 머물러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13년 과점’을 무너뜨릴 새로운 경쟁자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제4이통 출범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존 통신사들의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와이브로 활성화도 제4이통에 주어진 막중한 임무다. 와이브로는 지난 2003년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개발돼 온 ‘토종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높은 기술력을 인정 받았지만, 활성화는 미진했다. 이미 CDMA 등 3G 이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KT나 SKT 등 기존 사업자들로서는 와이브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신사들의 주 수익원인 음성수익을 와이브로 MvoIP(모바일 음성전화) 등이 앗아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적지 않았다. 그 사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4G 기술의 대세는 LTE(롱텀에볼루션)로 넘어갔고, 현재 이통3사는 LTE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빼든 방통위의 카드가 제4이통인 셈이다. 기존에 버릴 것이 없는 새로운 사업자라면 와이브로에 올인이 가능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기존 통신사들의 경쟁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 자신만만 제4이통, 이통3사는 '콧방귀' 
 
그러나 이토록 막중한 임무를 받아든 제4이통의 출범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정작 ‘도전장’을 받아 든 기존 이통사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제4이통이 과연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KT, SKT 등 경쟁자들은 십수년간 안정적인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춰놓은 상태다. 더욱이 통상 수조 원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통신사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7000억원 가량의 초기 자본금으로는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렴한 통신비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초기 수익성도 불투명하다.
 
단말기 수급도 문제다. 현재 와이브로 단말기를 공급하는 업체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 저가 통신을 원하는 소비자를 제4이통으로 유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촉매제 역할을 해줄 단말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실상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들의 입맛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단말기 디자인 등이 모두 통신사 선택 요인이 된다”며 “제4이통이 출범한다 해도 당장 전국 서비스도 불가능하고 여러 면에서 경쟁 자체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반면 KMI와 IST 등은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만만하다. 기존 이통사들이 다수의 유·무선망을 중복적으로 운영하는데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제4이통은 전국 단일망으로 고정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1/3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유지비용과 전국망 구축 중계기 가격이 낮춰진 만큼, 2조원 정도면 초기 통신장비 구축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수급 등 초기 고객 유입과 관련해서도 제4이통 측은 ‘기존 통신사와 고객 경쟁을 하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제4이통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소극적이었던 통신 서비스를 적극 개발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다”며 "단말기 수급 역시 원천기술을 삼성전자에서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