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시놉시스다. 지난 11월30일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앞에서 열린 ‘버마(미얀마)의 슈에(Shwe) 가스전 개발 반대 국제공동행동의 날’에 참여한 국제민주연대 최미경 사무국장.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버마 해상 가스전 개발 사업을 <아바타>에 비유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51.0%, 한국가스공사가 8.5%의 지분율을 갖고 참여한 이 사업은 지난 2000년 대우가 ‘A-1광구’인 슈에 지역의 가스전 탐사권을 취득한 이후 현재까지 수년째 사업 진행과정에서 줄곧 국제인권단체와 국내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왔다.
단순한 지분참여는 물론 사업 운영권자인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과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버마정부가 관여해 지역주민들의 토지 몰수와 강제노동은 물론 생계박탈, 불법적인 체포·감금·고문 등의 인권탄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버마의 아라칸 주 앞바다에서 가스를 채취,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사업은 버마의 서쪽에서 동쪽 지역까지 총 793km의 수송관 사업도 포함돼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총 3개의 광구에서 사업권을 갖고 있으며 이 중 2개의 광구(A-1, A-3)는 개발단계, 1개 광구(AD-7)에선 탐사를 진행 중이다. 별개로 진행되는 육지 천연가스 수송관 사업에도 대우인터는 25.0%, 한국가스공사는 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땅 뺏겼다는데…한국기업 왜 방관하나?
11월30일 열린 ‘국제공동행동의 날’에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국제민주연대, 좋은기업센터 등의 국내 시민단체는 물론 버마NLD한국지부 등이 참여해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3월29일에는 국제법률인권단체인 EarthRights International(지구의 권리, 이하 'ERI') 관계자들이 대거 방한해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우선 ERI과 국제민주연대 등의 인권·시민단체들은 대우인터내셔널측의 해저 파이프라인과 가스 및 원유 하역 터미널 건설과정에서 주민들이 무상, 혹은 충분하지 못한 보상을 받고 강제로 퇴거당하고 있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ERI에 따르면 마데이섬 지역의 경우 천연가스 저장시설 공사를 위해 주민 56명이 약 60에이커의 농지를 잃었고 공사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주민들은 일체의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캬욱퓨 지역에서도 20여명의 주민들이 수송관 경로에 놓여있는 토지를 몰수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 2009년 대우인터내셔널이 사회적 기업책임(CR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부 버마에서 진행한 병원 및 학교 건립 과정에서 강제노동이 벌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RI측은 “당시 버마 육군이 지역주민을 강제로 동원해 대우인터내셔널의 사회경제적 프로그램 일부인 의료원 시설 건설에 투입시켰다”며 “이후 주민들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강제노동에 대한 불만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또 버마-중국간 수송관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을 상대로 한 강제구금과 고문, 성희롱 등의 학대도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라칸 주의 시트웨 시에서는 정부기관에서 학생들과 가스 프로젝트에 반대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심문했으며 일부 시위자들의 경우 4일 동안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구타와 취조를 당했다. 어떤 이는 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악명 높은 현지감옥에서 6개월간 구금되기도 했다는 증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이번 사업을 주도하면서 가스탐사와 생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EIA)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됐다. ERI 등의 인권단체는 대우측이 서부 버마에서의 가스탐사와 생산 과정에서 당초 EIA를 시행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와 관련한 문서를 공개하거나 지역사회에 제공한 적이 없다는 점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ERI 관계자는 “2008년 대우인터내셔널은 ERI와 슈에가스운동, 한국 국제민주연대에게 EIA를 시행했다며 관련 문서를 국제기준에 따라 공공에 발표하겠다고 전했지만 현재까지도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OECD 지침서를 위해 한국연락사무소(이하 NCP)에 제출한 특정사례 요청에 대한 응답에서도 대우측은 NCP에게 OECD 지침서가 요구하는 대로 EIA를 시행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NCP는 대우가 관련 문서를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대우가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ERI측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버마의 아라칸주, 마그웨이 지역구, 또는 만달라이 지역구에서 접촉한 주민 중 단 한 사람도 대우인터내셔널과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교류'를 한 적이 없었다고 피력했다.
◆대우인터-가스공사 "왜곡된 주장일 뿐"
한편 인권·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당사자로 지목된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측은 상당부분이 왜곡된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회사에 아무런 이득도 주지 않는 강제노동, 토지몰수를 자행할 동기나 이유가 전혀 없다”며 “토지수용 전 이에 필요한 절차와 지역사회와의 합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한 토지보상 매뉴얼을 만들었으며, 모든 절차는 이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히 강제노동의 경우 문제의 예방을 위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체의 인력 관리를 내부적으로 진행했으며 현재까지도 임금체불, 불법고용 등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사례는 발생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은 슈에 프로젝트가 버마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며 개발이 확실시 되기도 전인 2006년부터 이미 사회공헌활동을 시행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버마에 아직 취약한 교육·의료시설 등의 사회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현지 사무소에 해당 활동을 위한 팀을 별도로 조직해 6년째 운영 중이며,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측 역시 강제이주 등 지역 주민의 인권유린 행위와 관련 “실제 발생하지 않은 일이고,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이의제기 사항일 뿐”이라고 인권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