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 연구개발에 공들인다는 입소문이 돌던 시절, 국내·외 철강업계의 관측은 냉엄했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가볍고, 얇지만 가공성이 좋아야 하는 최근 추세에 부합하는 자동차강판을 만드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의 단호했던 평가는 그러나 오래지 않아 깨졌다. 고로 가동 1년 만에 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 양산의 벽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것이다. 올해 자동차강판 외판재 개발을 완료하고 현대기아차에서 사용하는 강종 대부분을 양산함으로써 ‘자동차강판 전문제철소’ 닉네임을 걸었다.
◆고로 가동 1년만에 車강판 250만톤 공급 쾌거
현대제철이 연간 800만톤 생산능력의 고로제철소를 가동한지 1년여 만에 자동차강판 공급 250만톤이라는 쾌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40만톤 가량을 공급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1,2기.
지난 11월 23일로 2고로 화입 1주년을 맞은 현대제철이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달성한 데에는 현대자동차그룹 합동연구의 힘이 컸다.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3사가 합심한 성과인 동시에 연산 350만톤 규모의 C열연공장을 자동차강판 전문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며 사업의 집중력을 높인 결과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 가동 첫 해인 2010년 실수요처와 유통 등 내수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 등으로 연간 14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했다”며 “올해는 자동차산업의 국내·외 선전에 힘입어 자동차강판 총 판매량은 250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국내 수요처들에 대한 공급 물량 확대는 물론 적극적인 수출 확대를 통해 올해보다 30% 정도 증가한 320만톤 수준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철강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외판재는 올해 6만톤에서 2012년에는 22만톤까지 공급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로 가동 3년전 프로젝트 착수 '현대제철연구소'
이같은 성장을 이끈 동력의 핵심은 ‘현대제철연구소’다. 고로 가동 3년 전인 2007년 자동차강판 연구개발 프로젝트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대차그룹 석·박사급 연구인력 400여명이 주기적으로 기술교류회를 개최하는 등 합동연구에 매진해온 자동차강판 개발의 주역이다.
현대제철연구소는 '열간압연 모사 시험기' 등 일관제철 공정모사 설비 9종과 분석장비 136종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시험설비와 실제 생산조건을 그대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제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초기 조업 안정화는 물론 가동률 향상과 철강제품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데 버팀목이 됐다.
철강업체들은 대부분 범용재 중심의 강종 개발로 가동률을 높이고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이후에나 고급강종 개발에 돌입한다. 이에 반해 현대제철은 조업 초기부터 고급강종인 자동차강판을 필두로 조선용 특수강재와 자동차용 특수강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역발상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자동차강판 전문기업 성장을 주도한 현대제철연구소.
연구개발의 시너지 효과는 그룹의 특성을 살린 프로세스 단계별 분담진행이 주효했다. 현대제철이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분야를 맡고 현대하이스코와 현대기아차는 냉연강판과 완성차 분야를 나눠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경쟁사들이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을 소요한 자동차강판 외판재 생산을 연구에 돌입한지 4년여, 고로를 가동한지 1년여 만에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공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새해 목표는 특수목적 강종 개발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열연강판 분야에서 모두 51개 강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2010년에 27종의 내판재를 개발한 저력을 모아 올해는 루프재와 도어, 휀더, 사이더아우터 등 현대기아차에서 사용하는 자동차 외판재 전 강종을 포함하는 주력 강종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고로 3호기 건설에도 최근 속도가 붙고 있다. 내년 9월엔 3고로의 본체 설치가 완료돼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3고로는 2010년 갖춘 1,2고로와 마찬가지로 연간 400만톤 이상의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자동차 강판 전문제철소로 격상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신강종에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내년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시장 공략에 발맞춘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
2012년에는 자동차 외판 신강종과 초고강도강 제품 외에도 조선 및 유정용 극내한, 내식용 특수목적 강종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판재류뿐 아니라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섀시 등에 적용되는 특수강(기어류, 드라이브 샤프트 등)도 개발·양산해 공급 중이다. 내년 공급물량은 40여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공장 가동 이전에 시장진입을 철저히 준비한 조선용 후판은 고로 화입 시점에 선급인증 취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대제철은 상업생산과 동시에 LR(영국선급협회), DNV(노르웨이 선급협회), ABS(미국선급협회), GL(독일 선급협회) 등 세계 10대 선급인증을 취득하는 세계 철강사에 유례가 없는 성과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