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께서 거주하는 건물엔 우리 통신사가 못 들어갑니다." 서울 도봉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모씨는 최근 휴대폰 불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 같은 답변만 들었다. 이미 타 통신사가 아파트 유선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통신사들의 영역 다툼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체 측에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소비자의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
 

 
◆집에만 들어오면 '불통'…이유가?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 LH휴먼시아 아파트에 거주하는 성모씨. 스마트폰 KT 가입자인 그는 직장에서나 외출 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전화 수신과 착신이 안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임에도 집에서는 와이파이조차 잡히지 않는다.

답답함에 못 이겨 KT고객센터에 중계기와 와이파이 공유기 설치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 성씨는 "고객센터로부터 LH아파트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KT의 유선통신은 건물에 못 들어온다는 답을 들었다"며 "유선통신 설치가 안되면 와이파이 공유기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KT 등 특정 통신사와 계약이 따로 체결된 사항은 없지만 아파트단지의 입주민회 등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한 사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 고객센터 상담사는 "해당 아파트의 경우 이미 다른 통신사가 아파트와 독점계약을 맺어 KT의 유선 자체가 아파트 건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며 "KT 유선이 들어가지 못하면 와이파이 공유기 등 추가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확인했다. 유선 설치가 어려우면 휴대폰 통화 신호 또한 약하게 잡힐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시 말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단지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유선 인터넷망 독점공급 싸움에 소비자들이 휴대폰 사용에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그렇다면 만약 KT 유선 통신상품을 사용하다 이 같은 건물에 이사를 가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상담사는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특정 통신사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경우 해지 위약금은 소비자의 몫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해당 통신업체조차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KT 관계자는 "실제로 아파트가 건설될 때 시공사가 아파트 입주민의 의사에 따라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통신사와 독점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통신사들은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지역이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까. 이 관계자는 "극히 일부여서 파악이 어렵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문의해오는 경우에 한해 필요한 추가 유선망 등의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