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일 일본은 자민당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내각이 들어섰다. 아베 내각이 출범하면서 세계 경제가 큰 파고에 흔들리고 있다. 양적완화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엔화약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지난 1월17일 현재 엔화는 1달러당 88~89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82엔 안팎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7%가량 평가절하 됐다. 반면 원화는 지난해 12월 초 1달러당 1083원에서 올 1월18일 현재 1058원으로 2.3%가량 평가절상 됐다.

이처럼 엔화약세, 원화강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수혜주와 피해주 찾기에 분주하다.
 


 
아베 내각의 양적완화정책, 엔화약세 부채질

엔화약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아베 내각의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아베 내각은 경기부양을 위해 20조엔(한화 약 240조원)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9년 '리먼 쇼크' 당시 14조7000억엔의 재정지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일본은행(BOJ)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1일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상승 목표를 기존 1%에서 2%로 높이고 엔화 방출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정책은 향후 엔화약세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 확대도 엔저현상을 초래하는 변수로 지적할 수 있다. 일본 무역수지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21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조9000억엔. 2011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의 기간과 규모는 당시에 비해 더 길고 큰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한 지난 11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186원38전을 기록, 지난 2010년 4월26일 1172원33전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엔화의 투기적 매도도 엔화약세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말 엔/달러 환율이 85엔 수준에 근접하면서 엔화의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엔/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엔화의 투기적인 순매도 포지션이 다소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규모만을 놓고 보면 여전히 상당히 큰 수준"이라며 "현재와 같은 엔화약세 현상이 쉽게 진정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화약세 피해주와 수혜주는

국내 증시에서 엔화약세로 인해 가장 피해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화 대비 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12%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의 부진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1위 자리에서 물러났던 토요타는 엔화약세를 바탕으로 다시금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로 올라섰다. 향후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엔화약세를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조선, 정보통신, 건설업종 등도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피해주로 분류된다.

반면 엔화약세로 수혜를 입은 종목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종목이 엔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이다. 포스코, 한국전력, 롯데쇼핑, 현대제철, 대한항공, 롯데제과, 한국가스공사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의 엔화부채는 수백억엔 규모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환차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700억엔의 엔화부채가 있는 포스코는 1조원가량의 환차익이 예상된다.

일본으로부터 부품 및 기자재 등을 수입하는 업체의 수혜도 예상된다. 엔화약세로 인해 수입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위아 등이 꼽힌다. 이들 업체는 전체 부품 중 30~40% 정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엔화약세로 원가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여행주도 '엔저원고'의 수혜주로 꼽힌다. 엔저로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관광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약세 최대 수혜주로 하나투어를 추천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하나투어의 일본행 관광목적 출국자는 전년 동기보다 54.8% 급증했다"며 "원전사고가 잊혀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가치도 급락해 일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혜주의 무조건 상승은 없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엔화약세 수혜주라고 하더라도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엔화약세라는 상황보다 실적 등이 주가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화약세 수혜주로 꼽히는 포스코의 경우 올 들어 계속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현대제철 등도 지난해 말 대비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화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엔화약세 수혜주라고 하더라도 '묻지마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며 "환율에 대한 변화보다는 업황과 개별기업의 실적 등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