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들은 가격인상을 생존책으로 내세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다. 그동안 재료비 절감, 부산물 재사용, 대체연료 사용 등 원가절감으로 감내해 왔지만 최근 철광석 가격이 137달러로 1분기보다 33% 증가하면서 철강제품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 게다가 올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4.4% 올랐고 '원고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원가관리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철강업체들의 힘든 속사정은 이미 공개됐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8.9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5.58%나 떨어졌다. 세아베스틸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1.7%와 43.1%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철강업체들은 원가인상분의 일부를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며 수요업체들과 철강제품 가격협상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체들은 냉연강판의 가격을 약 2만~3만원 정도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전제품 등에 주로 쓰이는 냉연도금강판류에 대해서도 톤당 5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연제품은 열연제품을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열연가격 인상분이 반영된다. 철강업체들은 열연강판과 후판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반제품 소재 슬래브 가격인상도 검토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업체 영업팀이 가격협상을 위해 수요업체와 매일 전화하고 만나는 등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은 꼭 이뤄져야 하고 수요업체들이 어느 정도 수용해주지 않는다면 철강제품 수급이 어려워져 양쪽 다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자동차와 조선 등으로 대표되는 수요업체들은 철강업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격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의 업황도 이미 바닥을 친 상태인데 철강업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것.
실제로 자동차업계는 올 1분기 생산·내수·수출 모두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자동차 생산대수는 111만4230대로 전년 동기대비 5.2% 줄었다. 내수 판매도 35만8549대로 0.6% 떨어졌으며 수출 역시 77만7430대로 8.9%나 감소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9932억원으로 전년대비 56.3%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516억원으로 55.4% 줄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이 가격인상을 탈출구로 여기는 것은 이해되지만 조선에 필요한 후판 가격이 해외보다 아주 싼 것도 아니어서 동결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구나 최근에는 해양 플랜트사업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후판이 예전만큼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