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류승희 기자

잘 들어주고 잘 놀아줘야… 무관심·과잉보호는 '나쁜 아빠'
 
과거 우리의 아버지들은 자녀 교육은 어머니에게 맡기고 당신은 가족 부양을 책임졌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 시대의 아빠들도 과거 아버지들이 갖고 있던 가족부양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자녀 교육을 엄마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아빠도 함께 하는 것이 됐다. 이 때문에 아빠들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과거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했던 이 시대의 아빠들은 자녀와 어떻게 대화하고 교육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자녀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돈 벌어오는 아빠'만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존경받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것은 이 시대 모든 아빠의 바람이다. 과연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두란노아버지학교'의 김성묵 교장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 들어봤다.

사진_류승희 기자
 
- 좋은 아빠란 어떤 아빠인가.

▶아빠와 자녀가 서먹하게 지내는 것은 '관계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아빠도, 자녀도 서로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한다. 자녀는 아빠를 '꼴통'이라고 표현하고, 아빠는 자녀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몰라서 고민이 많다. 그래서 아빠와 자녀 사이에 불통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해 소통할 줄 아는 아빠가 좋은 아빠다.

꼴통은 내 눈높이에 맞춰서 접근하는 것이고, 소통은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는 것이다. 소통이 돼야 아이가 아빠의 말을 듣는다. 서로의 관계에서 소통이 원활해야 신뢰가 쌓이고 아이들이 다가온다. 아빠가 먼저 다가가서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감과 친밀감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녀들이 사춘기를 지나 성숙해지면서 아빠는 아버지가 된다. 문제는 이때 아버지는 '사추기'를 지낸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인해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 자녀에게, 부인에게, 더 나아가 가정에서 실수하면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아버지들이 사과를 하면 권위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과는 권위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권위주의를 싫어하지만, 권위는 경험하고 싶어 한다.
 
- 모 인사는 "좋은 아빠의 반대말은 안 놀아주는 아빠"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빠가 자녀와 놀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로 엄마는 놀아줄 때도 룰에 따른다. 그러나 아빠는 틀을 깨면서 놀아준다. 엄마는 놀아주면서도 교육 또는 교훈을 담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아빠는 놀이 자체로 끝난다. 놀 때도 순서를 뛰어넘거나 원래 하려던 것과 다른 것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 아빠와 놀면 자녀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야구·축구 등을 아빠와 하면 규칙을 배울 수 있고, 또 진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인성과 사회성을 체득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와 놀아주는 요령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들과는 좀 더 과격하게, 딸과는 부드럽게 놀아주는 요령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나쁜 아빠는 어떤 아빠인가.

▶나쁜 아빠는 무절제하게 받아주는 아빠다. 자녀를 과잉보호해서 무슨 일이든 무조건 들어주는 아빠다. 또 이와 반대로 자녀를 돌보지 않는 아빠도 나쁜 아빠다.

진짜 좋은 아빠는 자녀의 요구와 행동에 경계를 그어주고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아빠다. 아이들은 장난과 가혹행위의 경계를 잘 모른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와 이에 따른 자살 등을 보면 확실히 장난과 가혹행위를 모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가정에서 아빠가 자녀와 놀아주면서 해야 하는 역할이다.
 
- 어떤 부모든 자녀의 성공을 원한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자녀의 성공이 무엇인지부터 정의를 내려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말하는 성공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은 대학 졸업 후 20년가량 지나야 알 수 있다.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학부모'로 산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안내하지만,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다. 자녀를 낳고 20여년을 학부모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다. 또 학부모로 살아왔기 때문에 부부관계 역시 불통이 돼 자녀가 떠난 후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흔히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공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몇년 전 카네기재단에서 발표한 성공의 조건을 보면 지적능력은 15%에 불과한 반면 인간관계가 85%를 차지했다. 자녀의 인간관계를 향상시키려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거듭 강조하지만 자녀와 아빠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다. 자녀에게 부드럽게 접근하고 반응해야 한다. 자녀와 아빠간에 관계형성이 필요하다면 누군가가 먼저 접근해야 한다.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아빠가 자녀의 얘기에 반응을 잘 해줘야 아이들이 자꾸 아빠와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말하려고 하지 말고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우리는 '123 대화법'을 강조한다. 1분 이야기 하고, 2분 듣고, 3번 이상 맞장구 쳐주는 방법이다. 자녀가 하는 얘기를 많이 듣고 반응해줘야 한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정답만 얘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눈높이의 함정'에도 빠지면 안 된다. 아빠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는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두란노아버지학교는 지난 1995년 10월, 두란노서원에서 개설했다.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 위에 올바른 아버지상을 추구하며 실추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시키고,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 아버지를 되돌려 보내자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개설됐지만 2004년부터 기독교 색채를 배제한 열린아버지학교가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