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 정부에서는 소프트웨어(SW)업계의 숙원인 '유지보수요율 현실화'가 달성될 수 있을까."
정부가 공공부문의 SW 유지보수료 상향조정을 포함한 'SW 제값주기 실천방안'을 발표하자 관련업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그 실현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부당단가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창조경제의 핵심이었지만 그동안 무형물이라 제값을 보장받지 못했던 SW와 관련 "상용 유지관리 대가 예산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발표된 대책 가운데 SW업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유지보수요율 상향조정 계획. 정부가 현재 SW 도입가의 8%에 불과한 유지보수 대가수준을 2017년까지 15% 내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만약 현실화될 경우 유지보수요율이 현수준의 갑절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손해보는 유지보수, 이젠 바뀔까
'절반 이상이 매출 10억원 이하로 영세하고 82% 이상이 매출 50억원 이하'(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12년 소프트웨어산업 연간보고서'). 국내 SW기업이 처한 현주소다.
국내 전체 SW기업 가운데 50.5%(3443개)가 영세사업장인 척박한 산업환경에서 업체들의 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턱없이 낮은 유지보수 대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원사업자는 SW 관련 유지관리보수를 SW 도입가의 8%, 수급사업자는 2~3% 수준으로 수령하고 있다.
예컨대 도입가 1억원의 SW에 대해 원사업자는 유지관리보수로 800만원(1년기준)을 받으며, 하도급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SW개발사는 연 200만~300만원, 월 20만원을 수령한다. 유지보수를 해봤자 엔지니어 1인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나마 이 돈도 SW업체들은 정기적인 현장점검, 기술자 상주, 업그레이드 등 유지관리업무를 하는데 쓴다. 업계 관계자들이 "유지보수는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하소연을 끊임없이 내뱉는 이유다.
이해 비해 오라클(Oracle) 등 외산 SW업체의 경우 도입가의 22%를 유지관리보수비로 받고 있다. 1억원에 도입한 SW에 대해 2200만원의 유지보수 대가를 받는 외산 SW기업과 800만원을 받는 국산 SW기업이 어떻게 승부가 되겠느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우선 정부는 내년까지 공공부문 SW 유지관리 비용 평균을 도입가의 10% 수준으로 올리고, 이후 2017년까지 15% 내에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행적으로 무상으로 유지관리가 이뤄져온 과업들 중에서 SW 메이저 업그레이드, 정기점검, 인력상주, 기술·교육지원 등과 같은 과업에 대해서는 유상 유지관리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반기 고시 개정으로 분리발주 적용범위도 확대된다. 총액이 고정돼 있는 하드웨어(HW)·SW 일괄발주 시 원재료가 투입되는 HW는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대금을 증액해주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HW의 대금을 증액해주는 대신, 무형물인 SW 단가를 HW 대금 증액분만큼 깎는 관행을 깨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꼼수를 막기 위해 SW 분리발주 적용범위를 현행 '10억원 이상의 사업 중 5000만원 이상의 SW'에서 '최종 5억원 이상의 사업 중 5000만원 이상의 SW'로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분리발주 대상사업건수가 현 244건 수준에서 503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5%로는 부족…실현 가능성도 의문"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SW업계는 일단 환영의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유지보수요율 상향수준에 대한 아쉬움과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이정근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은 "유지보수요율 상향조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이번 대책 발표로 SW 유지보수에 있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늦은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것.
하지만 요율 산정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오라클 등 외산 SW기업이 받고 있는 유지보수요율인 22%에서 7%를 뺀 15%를 요율상향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유지보수를 뛰어넘어 버전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7%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에 대해 이정근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요율 15%는 그동안 업계가 최소한으로 요구한 수준인데, 이를 당장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4년동안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 보안SW업체 관계자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발표한 게 앞으로 SW업계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SW산업을 진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해외의 경우 공공기관 보안솔루션들의 유지보수 평균 요율이 최소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W개발·판매업체 관계자 역시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SW업체가 SI(시스템통합)업체의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통합유지관리를 하고 있어, 공공기관이 15%로 유지보수요율을 올려도 실제 SW업체에 떨어지는 요율은 상황에 따라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며 "좀 더 현실화될 수 있는 유지관리 요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SW유지보수요율을 2% 올리는데 비용이 100억~150억원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에 유지보수요율이 15%로 높아진 이후에도 계속 요율을 상향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유지보수요율 상향조정이 100% 실현될 수 있느냐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2017년까지 유지보수요율을 15% 이내로 상향하는 것을 '시행'이 아닌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완섭 기획재정부 산업정보예산과장은 "15% 범위 내에서의 유지보수요율 상향조정을 검토한다고 했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실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예산 등 여건에 따라 조기에 이뤄질 수도 있고, 계획했던 것보다 늦춰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정근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은 "검토하겠다는 것과 시행하겠다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검토하겠다는 말은 몇년 전부터 나왔는데 아직도 검토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영역으로 떠오른 SW시장. 관련 기업들은 과거 정부 때보다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의 실현 가능성에 한껏 고무돼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