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순수민간자본으로 탄생한 신한금융은 그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한 회장이 선임된 첫해인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원 이상의 순익을 거둔데 이어 지난해에는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지주사 최고인 2조50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올해도 역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33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은행권 1위다. 신한카드 역시 같은 기간 16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카드업계 선두권을 지켰다. 제주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역시 알짜배기 계열사로 통한다.
이처럼 신한금융의 가장 큰 장점은 계열사들의 은행 쏠림현상이 적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맏형 격인 은행이 흔들리면 지주사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수익이 은행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전체 그룹의 수익구조에서 은행과 비은행 비중이 59.50%(올해 1월 기준)로 타 지주사보다 낮은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서로 고소·고발하는 이른바 '신한사태'다. 이 때문에 신한 3인방은 모두 자리에 물러났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 한 회장이다.
그는 신한금융 회장에 오르자마자 조직 안정화에 매진했다. 평소 온화하고 소통을 중시 여기는 성향 때문일까. 신한금융은 빠르게 조직 안정화를 되찾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신한사태에 대한 잔재는 남아있다. 그러나 한 회장이 그동안 보여온 리더십과 경영능력에 대해 대체로 '합격'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지난 5월23일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위원회를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지주회사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한 회장 취임 이후 가장 큰 인사이동이다. 당시 한 회장은 내부인사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잘못된 인사 관행이 제2의 신한사태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신한사태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또 다시 자신의 라인을 구축한 인사를 단행할 경우 내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성과와 전문성을 강조한 인사다.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은행장 등 누구의 라인과 무관하게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면 계열사 CEO나 임원으로 발탁했다. 내부에서는 라 전 회장과 선을 긋고, 차별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이다. 그는 2010년 신한사태 이후 사실상 후선으로 물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룹 내 자회사 '서열 3위'인 신한생명 사장으로 복귀했다.
권점주 전 신한생명 사장은 포스트 라응찬 체제를 이끌 주자로 여겨졌지만 후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권 전 사장은 서진원 당시 신한생명 사장이 신한은행장에 임명된 뒤 서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며 조직 분위기 쇄신, 영업성과 극대화 등에도 이바지했다.
하지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경영자문 격인 신한생명 상임이사 부회장을 맡게 됐다. 외형상 지난달 불거진 '방카슈랑스 뒷돈' 사태가 변수였지만, 신한사태 이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으로 편이 갈린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는 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호 신한카드 부사장도 발탁인사로 뽑힌 인물이다. 그가 신한카드 부사장에 오르면서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위 부사장을 선임한 것은 이 사장의 잔여 임기동안 인수인계를 받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자회사 중에서는 서열 2위이자 CEO들 중에서는 서열 1위로 간주되는 자리다. 두 주요 자회사 수장에 신 전 사장과 라 전 회장 쪽으로 분류되는 CEO를 고루 앉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일부 논란도 일었다. 신한카드와 신한생명 노조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는 한 회장의 인사를 수용한 상태여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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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