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주기' 물량 축소에 신시장에서 생존 모색 '잰걸음'
박근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조에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출자 계열사가 오너 일가의 '쉬운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제도적 규제 마련에 정부가 속도를 내자 그룹사들이 내부거래 '볼륨 줄이기'에 나섰다. 이들 그룹사는 약속이나 한 듯 물량 축소 대상으로 계열 IT서비스업체가 담당하는 SI(시스템통합) 분야를 거론하고 있다.
실제 LG CNS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LG는 올해 SI·광고·건설 분야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계열사 간 거래를 중소기업에 오픈하기로 했다. 이 중 SI 분야에서 LG 계열사들이 올해 발주할 사업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에 넘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롯데정보통신을 계열사로 보유한 롯데도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물류·SI·광고·건설 4개 부문에서 계열사간 거래를 축소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SI부문 축소 규모는 500억원에 달한다.
내부 거래물량이 눈에 띄게 많은 분야 가운데 하나인 SI를 쳐내 규제의 타깃에서도 비껴나고, 중소기업 살리기에 동참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사회적 생색내기'까지 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이에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등 계열 거래물량으로 보장됐던 이익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울 방도를 찾고 있다.
◆계열사 거래물량, 삼성SDS 〉SK C&C 〉LG CNS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가져가는 내부거래 물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업계 3위 IT서비스기업 가운데 내부거래 물량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업계 1위 삼성SDS다. 이 회사의 경우 전체 매출액 4조4236억원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3조2050억원을 국내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였다(직전 사업연도 개시일~종료일 기준). 이러한 매출구조 때문에 삼성SDS는 그간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사례로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SDS의 뒤를 잇는 곳은 업계 3위이자 상위 3개 업체 중 유일한 상장사인 SK C&C다. SK C&C는 국내 계열회사로부터 991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총 매출(1조5286억원)의 64%에 해당한다.
업계 2위 LG CNS의 경우 총 매출 2조3226억원 중 국내 계열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1조232억) 수준이다.
이들 상위 3개사보다 매출규모가 작은 동부 CNI와 신세계 I&C 역시 계열사 간 거래물량이 많은 업체로 꼽힌다. 동부 CNI의 경우 전체 매출(5451억5000만원)의 41%(2263억8000만원)를 국내 계열사로부터 확보했고, 신세계 I&C는 매출총액 2971억1300만원 가운데 무려 57%(1699억7300만원)를 국내 계열사 물량으로 채웠다.
◆해외·신사업 역량 강화로 살길 모색
점점 계열사 일감에 의지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자구책으로 해외사업과 신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SI 물량에 대한 일감 나누기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삼성 SDS에서 ▲공공·금융 IT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해외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업방향을 밝힌 바 있다. 계열사로부터 받는 물량을 줄이고 해외매출을 늘리겠다는 것.
이를 위해 스마트 매뉴팩처링&타운(SMT) 사업부를 지난 1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중국·중동 담당 사업부를 신설해 기존 공공 IT사업 직원들을 이 부서에 배치한 것. 또한 이 회사는 금융IT사업부를 없애고 소속 인력을 그룹 내부 ITO·SI 사업을 담당하던 하이테크사업부로 보냈다. 부서 명칭도 ICT 아웃소싱(ICTO)사업부로 변경했다.
삼성 SDS 고위 임원은 "그룹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SDS가 계열사로부터) 받아가는 물량이 적지 않지만, (그룹이) 외부에 주는 물량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요즘 내부거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 굳이 우리(삼성SDS)가 하지 않아도 될 사업들은 주로 외부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하는 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오는 2017년까지 매출수준을 현 6조원(연결기준)에서 두배로 늘리고, 해외매출 비중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 C&C의 고민도 깊다. SK C&C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소프트웨어진흥법, 박근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의 영향으로 전체 수주물량의 20~30%를 차지하는 공공부문, 60%대 비중의 내부물량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며 "정확히 계산된 수치는 아니지만 이로 인해 전체 매출에서 최소 20~30%가량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SK C&C는 비(非)IT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매출 감소분을 상쇄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3월 자회사인 중고차 매매 전문업체인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해 중고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비IT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러한 방침의 일환이라는 설명. SK C&C는 엔카의 기존 오프라인 유통중심 사업모델에 자사 ICT 역량을 접목해 온라인 자동차거래 플랫폼, 자동차 진단·보증서비스 사업을 가속화하고 자동차 매매와 관련된 CRM(고객관계관리), 딜러관리 솔루션 등 새로운 부가서비스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2017년까지 엔카 사업을 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SK C&C의 목표다.
LG CNS도 해외사업에 집중한다. 2020년 해외사업 매출액 비중을 전체 매출액의 50%가 되도록 대폭 늘릴 계획이다. 특히 스마트 그린시티, 빅데이터, 교통 관련 솔루션 개발에 직접 투자해 온 만큼, 자사가 만든 솔루션으로 해외 SI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삼성SDS, SK C&C에 비해 그룹 내부물량이 적다"며 "앞으로 해외사업에 집중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현재 삼성SDS와 LG CNS, SK C&C의 해외 매출액은 각각 전체 매출액의 9.7%, 9.9%, 3.1%로 파악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