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 "오래전부터 비수기… 마케팅 차원 만든 말 추측"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천고마비(天高馬肥)’와 함께 ‘독서의 계절’일 것이다.
천고마비는 그 어원이 확실하다. 당나라 초기 시인 두심언(杜審言)이 당나라 군대의 승리를 가을에 비유한 시에서 나왔다. 원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인데 우리나라에서 천고마비로 바뀐 것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이 말의 근원은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가 아들에게 쓴 시에서 나온 ‘등화가친’(燈火可親)에서 찾을 수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등잔불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책을 읽으라는 의미다.
무더위도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인 만큼 책 읽기가 좋기 때문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게 됐을 것이다.
이 말처럼 우리나라는 지난 1927년 이후 가을이면 ‘독서주간’을 시행해 일반인들의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매년 이맘때쯤이면 왠지 소설 한권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렇다면 실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판유통업계 종사자들은 가을이 최대 비수기라고 말한다. 최근 2~3년 사이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가을에는 책이 잘 팔리지 않아 왔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계절별로 성수기-비수기로 나눈다면, 가을은 비수기에 속한다”며 “출판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황으로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성수기에는 1년 매출의 10% 이상 판매되지만, 10~11월에는 대략 7~8% 정도가 팔린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서점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서점인 인터파크도서가 지난 2010년 월별 매출비중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9월과 11월은 7%로 2·6월과 함께 가장 낮았다. 10월도 8%로 가장 비중이 높은 3월에 비해 3%포인트 낮았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가을은 날씨가 나들이를 하기도 좋고 독서 말고도 다른 취미생활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라며 “이 때문에 가을의 도서 판매가 다른 계절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판업계에서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마케팅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등화가친’도 덥지 않으니 등불을 가까이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책 좀 읽으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얘기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아마도 가을에 책을 잘 읽지 않으니 책을 사서 읽으라는 마케팅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유통업계의 최대 성수기는 3월이다. 이와 함께 7~8월, 12~1월 등도 성수기로 분류된다. 반면 비수기는 4~5월, 10~11월이다. 즉 성수기는 학생들의 개학시점과 방학시기인 것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도서를 구입하는 사람은 10~20대가 가장 많다”며 “따라서 출판시장의 성수기-비수기도 이들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