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류승희 기자

흔들리는 동양그룹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웅진그룹, STX그룹에 이어 이번에는 동양그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금난으로 인해 대량의 회사채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며 근근이 버텨왔지만 최근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떨어지며 자금조달이 쉽지 않게 됐다.

여기에 오는 10월부터는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며 동양증권의 리테일망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은 자금조달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폐열발전소를 매각하고 동양매직과 동양파워의 지분 일부 등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가 2247억원에 달해 필요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 회사채시장 '숨통', 동양그룹 회사채 '먹통'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동양그룹의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5760억원이다. 이로 인해 9월까지는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한데다 아직도 연말까지 확보해야하는 자금이 200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동양그룹은 오는 11월과 12월에 각각 620억원, 727억원 등 연말까지 1347억원가량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여기에 올해 발행한 회사채에 각종 옵션을 붙여놨기 때문에 10월 중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한 물량이 900억원이나 되는 점도 부담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신용등급 강등과 금융투자업 개정 시행안으로 인해 회사채를 팔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물론 꽉 틀어 막혔던 회사채시장 자체는 살아나고 있다. 대기업 우량 계열사들의 발행물량이 늘고 대기자금들이 몰리면서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회사채는 총 3조6810억원. 이 가운데 기관투자자에게 팔리지 않은 미매각 물량은 7650억원 수준으로 미매각률(20.8%)이 지난 1월(17.3%) 이후 최저치다.

회사채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전반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지만 동양을 포함해 두산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CNI 등 BBB+~BB등급의 '투자부적격' 혹은 '투기등급'의 회사채는 팔릴 동인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금리 눈높이를 맞춘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우량등급의 회사채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동양 등) 투기등급 회사채는 큰 매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양의 회사채는 7~8%의 고금리에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까지 부여하는 등 각종 혜택을 다 붙여가며 팔고 있지만 청약경쟁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동양 회사채의 청약경쟁률은 지난 2월 말 4.16대 1이었으나 5월 초에는 3.7대 1로 떨어졌고 6월 중순에는 2.25대 1, 지난달 중순에는 1.4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실시한 1년6개월 만기 750억원 옵션부사채 청약경쟁률은 1.04대 1까지 추락했다.
 
◆ 추락하는 신용등급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는 평가로 인해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 전망이 무더기로 강등됨에 따라 회사채를 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29일 한국기업평가는 동양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각각 BB, B로 유지한 채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 검토'로 하향했다. 동양증권의 금융채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내려갔고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파이낸셜대부의 기업어음 신용등급 역시 '부정적 검토'로 내려섰다.

동양시멘트는 BBB-에서 BB+로 떨어졌다. 등급 전망 또한 안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의 신평 3사가 동양그룹 전반에 대한 신용평가를 모두 하향조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의 등급 평가 가운데 2개사의 견해가 동일하면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때 떨어진 등급으로 발행해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양그룹은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훈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과 동양·동양시멘트·동양인터내셔널·동양레저 등의 제조 및 서비스 부문으로 구분되는데, 제조 및 서비스 부문의 재무안정성은 취약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양의 단기신용등급을 B로 유지하며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러한 동양그룹의 위기는 견조했던 금융계열사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그룹 제조부문의 평판이 내려가며 회사의 리테일과 IB부문 영업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것.

NICE신용평가는 동양증권에 대해 "특히 위탁자산 점유율이 지난 2010년 3월 5.4%에서 2013년 3월 3.7%로 저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고객기반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회사가 강점을 보유한 리테일부문의 장기적인 사업기반에 있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틀어막힌 자금창구

게다가 무슨 우연인지 10월부터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며 회사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계열사가 발행한 투자부적격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투자자에게 매매 권유할 수 없다. 즉 그간 동양그룹의 회사채를 처분해주던 '믿음직한 창구'인 동양증권을 더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다는 소리다.

올 들어 지주사격인 동양에서 발행한 회사채는 총 4260억원, 그리고 동양시멘트가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를 인수 또는 모집주선한 증권사는 동양증권과 IBK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동양증권이 판매한 것이 전체의 절반(50%)이나 된다.

문제는 법이 바뀌며 그간 강력한 리테일망에 힘입어 동양그룹 채권을 열심히 팔아오던 동양증권이 이제 그룹의 회사채를 팔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가장 큰 창구를 잃은 동양그룹은 이제 다른 증권사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사례가 다르긴 하나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의 회사채 발행으로 소송을 당했던 일을 생각한다면 여타 증권사들도 쉽게 동양그룹 회사채 판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