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이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펀드 개수는 9293개로 세계 주요국 펀드시장의 12%를 차지한 반면, 순자산은 2697억달러로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펀드 개수로는 9467개로 가장 많은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2위다. 하지만 룩셈부르크의 순자산은 전세계의 10% 수준으로 국내 펀드 순자산의 10배에 달한다.

미국과 비교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의 펀드 순자산은 세계 주요국 펀드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9.1%를 차지하고 있지만 펀드 개수는 7985개로 우리나라보다 1608개가 적다.

일본은 펀드 수가 4426개(6.0%)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고, 10.3%를 차지하는 미국도 한국보다 적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펀드 수가 2050개로 2.8%에 그쳤고, 영국은 1917개로 2.6%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펀드시장이 자산규모에 비해 운용되는 펀드 수가 많은 이유로 유사한 펀드가 난립하는 풍토를 든다. 유형이 비슷한 펀드가 우후죽순 생기다보니 자산규모가 작은 소규모 펀드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6월 기준 소규모펀드는 전체 공모(추가형)펀드의 47.1%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소규모펀드 정리라는 칼을 빼들고 2011년 1386개 소규모펀드 중 504개를 정리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공경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소규모펀드 정리는 일회적인 해결에 불과해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펀드 수에 비해 펀드매니저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초 공모펀드시장의 펀드매니저수는 607명으로 2008년 1월 376명보다 61%가 증가했으나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불황으로 인원감축바람이 불면서 8월초 597명으로 줄었다.

금융당국의 소규모펀드 정리로 펀드매니저 1인당 운용펀드 수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10개가 넘는 펀드를 운용하는 곳도 있다.

펀드매니저 1인당 운용펀드 수는 2011년 초 6.3개에서 2012년 초 5.4개, 올 3월 초 5.3개다.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3명 이상의 펀드매니저가 하나의 펀드를 운용하는 해외사례와 대비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소규모펀드는 규모가 작아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가 어려워 효율적인 운용이 곤란한데다 펀드의 고정비용과 높은 현금비중 등으로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펀드 선택 시 운용 규모와 운용 펀드매니저 수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