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와 철강협회는 지난 9월5일 중국 상무부와 ‘제18차 민관 철강회의’를 개최하고 편법적인 증치세 환급을 통해 저가로 수출되고 있는 보론강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편법으로 저가 물량공세… 세금 환급도 없어져야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철강으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국내산 철강이 남아도는 상황인데 값싼 중국산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서다. 중국산 합금제품인 '보론강'과 수출 시 중국정부가 부여하는 혜택인 '증치세 환급'이 주범이다.

이 보론강은 붕소(보론)를 첨가해 강도와 내마모성을 강화한 철강재인데 엄밀히 따지면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5~13%의 증치세 환급혜택을 부여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보론강 "고부가가치 제품 아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극히 미세한 양의 붕소를 섞어 생산된 보론강을 국내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1년 수입된 중국산 열연강판 176만3000톤 가운데 편법 생산 보론강으로 추정되는 합금강은 95%를 넘어섰다.

이 중국산 편법 생산 보론강은 국내로 들어온 후 일반강연 제품의 대체재로 사용되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며, 별도의 수요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중국산 보론강은 단순히 붕소만 첨가했을 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서의 성질이 전혀 없는 일반제품이라는 것. 따라서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이라는 정책목적과 부합하지 않아 교역 상대국의 시장질서 왜곡과 이에 따른 통상 마찰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취지를 악용한 편법 수출로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의 철강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며 전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철강교역은 2005년 무역적자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까지 8년간 누적적자가 4500만톤, 269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증치세 환급 통한 저가 물량공세에 '한숨'

이 같은 편법 생산 보론강에 중국 정부가 증여세 환급혜택을 부여하면서 덤핑에 가까운 저가 수출로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호소하고 있는 통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을 위해 보론강 수출 시 증치세 환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금액을 돌려받은 채 들어오는 값싼 중국산 철강재의 물량공세를 국내 철강업계가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가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수출할 경우 5~13%의 증치세를 환급해주고 있다.

가령 중국업체가 100만원에 후판을 우리나라에 수출하면 5만~13만원을 정부로부터 환급받을 수 있어 실제 시장에서는 87~95만원의 저가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다. 중국업체들이 증치세 환급을 통해 초저가 물량공세를 펼치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세금 환급을 통해 보조금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중국정부의 수출정책 기조가 시장에서 왜곡되고 있다"며 "이러다간 중국과 한국 철강업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측에 '증치세 환급' 문제 강력 항의

이에 국내 정부와 철강업계는 '증치세 환급'이라는 편법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중국 정부에 이를 시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9월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국 상무부와 '제18차 민관 철강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편법적인 증치세 환급을 통해 저가로 수출되는 보론강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날 한국은 국내 수요 부진에도 중국산 수입이 고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한국 철강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편법으로 증치세를 환급받아 저가로 수입되는 보론강 수입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 및 업계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중국은 과거 모든 수출 철강재에 대해 증치세를 환급해줬다. 하지만 주변국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2010년 합금강을 제외한 나머지 철강재에 대해서만 증치세 환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저가수출로 시장을 교란하는 게 합금강인 만큼 이에 대한 증치세 환급이 없어져야 한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한편 중국 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상호 관심품목의 통상마찰을 방지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앞으로 한-중 철강 교역의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중국의 대처는?
 
중국 정부는 증치세 환급이 문제가 되자 지난 2010년 일반강에 대해 증치세 환급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합금강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다.

중국 측은 지난 2010년 7월 보통강에 대한 수출 증치세 환급을 폐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을 목적으로 합금강에 대한 환급은 유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수출을 억제 또는 장려하지 않는 일반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합금강으로 둔갑해 중국 정부의 당초 정책 취지를 왜곡시켰다.

후물재에 단순히 도장을 한 제품임에도 중국 수출 통관 시 컬러강판으로, 한국 수입 통관 시 후판으로 신고하면서 세계 교역질서를 어지럽혔다. 컬러강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돼 수출 시 13%의 증치세를 환급받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1월1일 선재·봉강 등에 대한 HS코드를 개정했다. 이로써 컬러강판 위장 수출문제가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2011년 161만4000톤에서 2012년 160만6000톤으로, 올 상반기엔 132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99.98% 감소했다.

다만 중국산 철강 수입의 40% 내외를 차지하는 열연강판·후판에서의 보론강 문제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어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