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은 삶의 여유로움이에요. 거기에 모든 게 녹아있습니다. 서울에서처럼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 수 없겠지만 그 외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4년간 주말농장을 해오다 올 4월 본격적으로 귀촌 생활을 시작한 문미숙씨가 생각하는 귀촌이다. 사실 처음부터 문씨가 시골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문씨의 남편이 귀촌을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문씨는 손사래를 치며 반대했다. 막막함이 이유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문씨의 몸에 이상이 생겼고, 그게 바로 시골에 대한 문 씨의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됐다.
“큰 병도 아니었어요. 자궁근종에 걸렸죠. 하지만 병에 걸린 게 처음이었으니까 당시에는 마치 죽을 병에 걸린 것처럼 힘들었어요. 뭐하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씨는 남편에게 귀촌을 제안하게 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씨 부부는 귀촌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일단 귀촌을 하려면 땅이 필요한 만큼 전국을 돌아다녔다. 여기서 문씨는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 하나를 했다.
“정말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당시 평당 5만원짜리 땅을 사겠다는 저만의 기준이 있었어요. 가격을 정해놓고 다니니까 땅이 좋아도 가격이 터무니없으면 미련 없이 돌아서게 되더라고요. 이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간혹 주위에 귀촌하는 분들을 보면 가격을 정하지 않고 갔다가 좋은 땅이라는 생각에 높은 가격에 계약을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돌아다니자 가격에 맞는 땅을 찾았다. 위치는 경북 영주였다. 하지만 그 땅을 계약하기 며칠 전 문씨는 큰 몸살을 앓았다.
“정말 좋은 땅이었어요. 가격도 딱 맞고, 그런데 남편이 그 땅을 계약하러 간다고 하니까 병이 났어요.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나 싶어요. 남편한테 도저히 그곳으로는 못가겠으니까 고향으로 가자고 했죠. 그래서 지역이 좁혀졌어요.”
결국 문씨가 선택한 지역은 남편의 고향인 철원과 자신의 고향인 춘천의 중간 지역인 화천이다. 그리고 지금 문씨가 발을 딛고 있는 그 땅을 만나게 됐다.
“귀촌한다고 생각하면 참 막막해요. 그러니까 그냥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지역도 고향을 추천하고 싶어요. 일단 낯설지 않고, 마음에 와 닿는 느낌부터가 다르거든요.”
귀촌할 위치가 정해졌지만 문씨는 바로 귀촌을 하지 않았다. 쌍둥이 두 딸이 아직 학생이었던 데다 시골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고향을 찾는 기분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주말이 기다려지고 행복했다. 서울에서 화천까지 걷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도 바로 귀촌을 하지 않고 4년간 주말농장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주말농장을 하면서 귀촌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고, 정말 귀촌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귀촌하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시골에 왔다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요.
문씨는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지역 주민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골인 만큼 지역 주민들과 융화하지 못하면 귀촌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주말농장은 주민들에게 서서히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리고 올 4월 서울생활을 접고 화천으로 자리를 옮겨 완전한 귀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5개월이 흘렀다. 문씨 부부의 하루 일과는 매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다. 특히 요즘은 살 집을 직접 짓고 있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귀농과 귀촌은 다른데, 저희 부부는 귀촌이에요. 자급자족하기 위한 것을 제외하면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는 않죠. 그렇다보니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집을 직접 짓기로 결정했어요.”
집을 짓는 건 문씨의 남편이며, 문씨는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여름에는 제주도에 찾아가 혼자 집짓기에 성공한 분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그분에게 어려운 부분에 대한 조언도 받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 집을 짓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문씨는 집터를 남편의 놀이터라고 표현한다.
“지금 이 속도라면 내년쯤에는 집을 다 지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자원봉사를 다닐 예정입니다. 시골에 사는 분들을 보면 집에 이상이 있어도 수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곳을 찾아다니면서 수리를 해주고 싶어요.”
내년에는 집이 지어질 터를 보여주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는 문씨의 표정에 행복이 묻어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