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런던은 굉장히 ‘혁신적인 도시’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롤스로이스, 고든 램지, 데미안 허스트, 오이지 빌딩 등 제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막강한 브랜드와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옛 대영제국의 영광은 이제 수그러들었지만 아직도 무시 못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무한한 창조성에 있다. <런던 비즈니스 산책>은 ‘아트 비즈니스’라는 관점으로 런던을 해부하고 그 속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냈다.
이처럼 ‘혁신의 런던’을 만든 데는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런던 지하철 당국은 거리공연을 활성화하는 버스킹 프로젝트를 위해 기업체 스폰서 제도를 도입했다. 2003년 첫 스폰서로는 맥주회사인 칼링이 참여했다. 칼링은 총 50만 파운드(약 8억6000만 원)를 지원하고, 버스커들의 연주 공간인 버스킹 존에 ‘칼링 라이브 언더그라운드 뮤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광고를 게재했다. 지하철 이용객 350만 명에게 칼링의 광고를 매일 노출하며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기업과 문화계가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모델이었다.
침체일로를 걷던 미술관과 박물관을 되살린 것도 이와 비슷했다. 기업체들과 전략적인 스폰서십을 체결해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내셔널갤러리는 컴퓨터기기 회사인 휴렛팩커드와 손을 잡고 이른바 ‘거리로 나온 명화’ 이벤트를 열었다. 휴렛팩커드는 갤러리 측에 매년 일정액을 기부하는 대신 내셔널갤러리의 안내 책자에 자사의 로고를 실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 또한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유명한 그림을 휴렛팩커드의 프린트를 이용해 고화질·대형으로 인쇄해 시내 곳곳에 전시했다. 내셔널갤러리는 홍보효과를 누렸고, 휴렛팩커드 또한 자사 프린터의 우수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이점을 봤다. 물론 가장 큰 혜택을 얻은 것은 런던 시민들이었다. 무심히 걸어가다 골목에서 명화들과 마주치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와 같이 런던 구석구석을 남다른 시각으로 포착할 수 있었던 데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아트 비즈니스’의 공이 크다. 아트 비즈니스는 미술품과 관련된 기관의 비즈니스 성향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종 학문이 결합된 융합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실례를 찾고자 한다면,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번뜩이는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지영 지음 | 한빛비즈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