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에 철원에 간다고? 눈 덮인 한탄강을 걷고, 바람 부는 노동당사를 보려고 한다. 겨울 트래킹과 눈바람, 전쟁의 폐허와 칼바람은 꽤 어울리는 궁합이다. 철원에 추운 맛 좀 보러 간다.

◆철원 여행의 랜드마크, 고석정

고석정 일대는 사계절 볼 만하다. 그래서 철원팔경 중 하나다. 한탄강 중류에 깊고 높은 절벽이 둘러싸고 있고, 한가운데 커다란 현무암이 우뚝 솟았다. 그 이름이 ‘고석’이고 ‘고석정’은 한쪽에 자리잡은 2층짜리 누각을 말한다. 정자이긴 하나 오래된 느낌이 없어 정작 고석정을 보러 오는 여행자는 없다. 고석정에서 보는 경치, 이것이 여행의 본론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급히 휘도는 물길과 바위라고 하기엔 섬처럼 보이는 고석이 유람의 풍류를 더한다. 겨울엔 한탄강 물길이 그대로 하얀 눈길로 변하고, 고석 위의 푸른 소나무가 수묵화를 완성한다.


고석정

그런데 이런 멋진 풍광이 된 데에는 태생적인 이유가 있다. 여기가 화산 지형이었고, 고석은 용암대지 형성 이전의 원지형을 볼 수 있는 지형, 지질 유산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일대가 강원 평화지역 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은 한탄강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일찍부터 이를 알아본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유람했고, 현대엔 드라마 PD들의 눈에 들어 ‘추노’, ‘무사백동수’, ‘선덕여왕’, ‘닥터진’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해졌다. 그렇다. 산세며 물세가 드라마 하나쯤 나올 만하다. 그런데 허구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물이 이곳에 있었다. 의적 임꺽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 일대를 무대로 활동한 임꺽정은 고석정 일대 자연석굴에 은거하며 이곳에서 무술을 연마하고, 활동의 근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부패한 권력과 계급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고 탐관오리의 학정·부정·부패에 항거, 억눌린 서민들의 자유를 위해 활약한 조선 초기 슈퍼맨과 같은 인물이었다. 그런 면에서 고석정 입구의 임꺽정 상은 인물의 특징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두툼한 근육질의 몸매는 물론이고 부패한 계급사회를 상징하는 문고리가 달린 두 기둥과 그 사이를 박차고 나오는 듯한 임꺽정의 몸짓, 선 굵은 얼굴 등에서 그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한편 강 건너에는 그가 쌓았다는 석성이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활빈당 활동을 했다고 전한다. 고석정은 후대 사람들이 임꺽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이고,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가 1971년에 재건됐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전차, 장갑차, 견인포, 전투기, 탱크 등이 전시돼 있다. 왠가 하니, 여기에 ‘철의삼각전적관’이 있다. 경치에 취해 잊고 있었던, ‘철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전쟁과 안보’다. 이곳에선 치열했던 철의 삼각지 전투를 기념하고, 전쟁관련 유물과 북한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영화관과 전시관이 마련돼 있고, 1층은 DMZ 안보관광을 신청하는 곳이어서 철원에 오는 여행자들이 한번씩은 들르게 된다.

노동당사

◆안보관광의 필수, 노동당사

허허벌판에 뼈대만 남은 폐허,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곳은 노동당사다. 40대 라면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가 떠오를 것이다. 요즘도 이곳에선 통일기원예술제, 열린음악회 같은 행사가 가끔 열린다. 한국전쟁 시 옛 철원 시가지가 폐허가 됐지만 이 건물만큼은 살아 남았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었다는데, 세월의 무게는 버틸 수 없었나 보다. 얼마 전까지 보수를 마치고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수많은 탄흔과 전차로 망가진 계단을 간직한 채, 군데군데 받쳐 놓은 철기둥에 기댄 모습이 노곤한 우리 역사를 보여주는 듯 하다.

노동당사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북한의 작품이다. 1946년 이 지역 주민의 노력동원과 모금에 의해 지어졌다고 하는데, 기록을 보면 착취에 가깝다. 각 리(里)당 200가마씩의 쌀을 성금으로 거뒀다니 이제 겨우 일제치하에서 벗어나나 했을 주민들의 실망과 고초가 어떠했을 지…. 러시아식으로 지은 이 건물의 내부는 상당히 비밀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강제 모금과 노동력을 동원하던 와중에 내부공사만큼은 공산당원만 참여했다고 한다. 건물은 북한 중앙당으로부터 오는 지령인 극비사업과 철원, 김화, 평강 등 일대 주민들의 동향사찰, 대남공작 등의 업무를 진행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리고 반공분자들을 고문하던 곳이기도 했다. 특히 1층 구조를 보면 몇개의 협소한 방이 취조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취조라기보다는 무자비한 학살이어서 ‘한번 끌려 들어가면 시체가 되거나 반송장이 되어 나온다’는 악명을 높였던 곳이다. 실제로 당사 뒤편의 반공호에서 유골, 실탄, 철사줄 등이 발견되어 그때의 참상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툭 치면 쓰러질 것 같다. 내부는 다 내려앉아 창문으로 바람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셀 수 없이 많은 탄흔만큼이나 쓰리고 아팠을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기에 이곳은 등록문화재 22호로 지정돼 있다.

도피안사

◆사연 많은 천년사찰, 도피안사

도피안사의 의미는 ‘영원한 안식처’다. 그렇지만 역사는 안식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9세기 후반 건립 후 궁예와 후고구려를 겪었고, 일제치하와 공산치하에 있었다. 전쟁의 피해를 입었었고, 80년대까지 군부가 관리해 오던 사찰이다.

건립 시에는 규모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일신라시대 제48대 경문왕 5년 도선국사가 향도 천여명을 거느리고 이곳 화개산에 창건했고, 9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철불인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을 남겼다. 국보 제63호인 이 좌상은 계란형의 갸름한 얼굴과 현실적인 체구, 생동감 있는 표현이 특징이다. 철원군의 거사신도 1500여명의 열렬한 신앙심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모진 풍파를 겪으며 사찰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고, 지금은 600년 된 느티나무와 한가로운 황구가 여행자를 맞이하는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크고 화려한 사찰만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에서 굳세게 천년고찰을 지켜온 도피안사는 누구보다 쉼이 필요했을 이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제공해 왔을 것이다.

이왕 추울 계절, 아예 추운 철원은 어떤가. 고석정의 눈, 노동당사의 바람이 감동의 깊이를 도울 것이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즐기는 사이 바람과 추위는 짜릿함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철의삼각전적관

[여행 정보]

● 고석정 가는 법
[승용차]
북부간선도로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구리IC에서 우측 ‘춘천, 가평, 퇴계원, 일동’ 방면 - 퇴계원IC에서 ‘춘천, 태릉, 퇴계원’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출구 - 퇴계원IC에서 ‘퇴계원, 일동’ 방면 - 금강로 - 신월IC ‘용정’ 방면으로 우측방향 - 일동사거리에서 ‘신철원, 포철, 일동’ 방면으로 - 신영일로 - 일동터널 - ‘신철원, 운천’ 방면으로 우측방향 - 호국로 - 군탄사거리에서 ‘고석정, 갈말농공단지, 철원종합운동장’ 방면으로 좌회전 - 갈말로 - 풍전길 - 태봉로 - 고석정삼거리에서 ‘고석정, 관인’ 방면으로 좌측방향 - 창동로 - 고석정삼거리에서 좌회전

[대중교통]
센트럴시티터미널 - 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 - 동송·지포리(농어촌) 버스 - 고석정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고석정: 검색어 ‘고석정’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20-1
도피안사: 검색어 ‘도피안사’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450

< 여행 주요정보 >
철원군 여행정보
http://tour.cwg.go.kr / 033-450-5151

철원 안보관광(고석정 출발)
http://www.dmz4u.co.kr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 033-450-5558
강원 철원군 동송읍 ~ 철원읍 일원(민통선 북방지역)
셔틀버스를 이용한 안보관광 (주말: 개인차량 불가)
출발 시간: (동절기) 9:30, 10:30, 13:00, 14:00
(하절기) 9:30, 10:30, 13:00, 14:30
소요 시간: 2시간 30분~3시간
코스: 고석정 전적관 관리사무소 - 제2땅굴 - 월정역, 전망대 - 철새도래지 - 백마고지 전투전적비 - 노동당사
견학신청 방법: 견학당일 시설 사용료 납부 후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 1층에 접수 (출발 15분 전까지)
신청 서류: 신분증(외국인:여권), 시설사용료 영수증

철의삼각전적관
관람료: 무료
매주 화요일 휴관

고석정
033-450-5558

도피안사
033-455-2471

< 철원군 겨울 축제 정보 >
철원 한탄강얼음트래킹 축제
일시: 2014. 1. 11(토) ~ 1. 19(일)
시간: 오전 10시~오후 3시
장소: 한탄강 일원
행사내용: 한탄강 얼음트래킹, 겨울철 체험놀이, 떡국 나누기, 추억의 먹거리 등

< 음식 >
대득봉: 30만평의 대득봉 자락에서 재배한 두릅을 비롯해 무농약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맛볼 수 있다. 혜원비구니가 궁예왕에게 바쳤던 상차림을 재현한 ‘오대두릅밥 한상차림’에는 강원도 찰옥수수, 철원오대쌀로 만든 두릅밥과 산나물 장아찌, 송이액 등이 올라온다. 농사를 위주로 택배 판매와 식당을 겸하고 있어 식사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두릅밥정식 1만1000원 / 황기백숙 2만2000원 / 능이전골 시가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문혜5리 271-2 / 033-452-2915
 
내대막국수: 막국수와 편육이 맛있기로 유명하고, 현지인에게 인기있는 맛집이다. 손님이 주문하면 국수를 삶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긴 편이다.
막국수 6000~7000원 / 국수사리 3000원 / 편육 1만8000원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내대리 675-7 / 033-452-3932

< 숙박 >
한탄강 게르마늄 온천호텔: 고석정 근처에 위치했고 한여울길 트래킹, 얼음트래킹, 골프장 트래킹 등 다양한 패키지로 주변 여행지를 즐길 수 있다. 숙박 시 찜질방,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http://www.hantanhotel.co.kr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 033-455-1234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