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최대 위험요인… ‘부동산 거품 붕괴’ 시발점 가능성

 
중국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는 13세기에 마르코 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도시"라고 경탄했을 만큼 번화한 도시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抗)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항저우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그런 항저우가 중국 부동산 버블(거품)붕괴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중국 뉴스포털 텅쉰재경은 최근 44만채에 달하는 항저우의 재고 분양주택이 부동산 급락세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버블이 한창이던 2010년만 해도 항저우의 신규분양주택 평균가격은 평방미터(㎡)당 2만5840위안(약 447만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최근 항저우의 주택분양 평균가격은 1㎡당 최대 5000위안(약 87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버블기에 주택이 과도하게 공급된 데다 부동산 열기가 진정되고, 금융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디폴트 등 조짐 뚜렷

이런 현상은 항저우를 넘어 상하이와 광저우, 베이징 등 과거에는 부동산가격 하락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선 도시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상하이 부동산박람회는 불경기를 반영하듯 참여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수도 베이징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월 신규 분양주택 거래량이 2499채로 전년 동기대비 51.8% 감소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완커 마저도 최근 베이징의 아파트분양가를 1㎡당 3000위안 내려서 판매해야 했다.

부동산 불황은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중국 70개 주요도시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 대비 상승한 도시는 57개로 전달의 62개보다 5개 줄었다. 중국지수연구원도 2월 중국 100개 도시 신규주택 가격이 1㎡당 1만960위안으로 1월보다 0.54% 늘었지만 증가 폭은 전달의 0.7%보다 둔화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형 부동산개발업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중국 안팎에 충격을 줬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8일 저장성 닝보시 소재 싱룬부동산이 35억위안(약 6125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냈다.
 
현지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싱룬은 경영난 속에 과도한 사채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최고경영자인 천차이싱, 천밍중 부자는 불법자금 모금혐의로 지난 11일 검찰에 이송됐다. 싱룬이 15개 은행에 상환해야 할 빚만 24억위안에 달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 금융부처 및 은행 관계자 등으로 대책팀이 꾸려졌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싱룬이 개발 중인 고층 호화별장 타오위엔푸디의 공사는 중단된 지 오래다. 현지 책임자는 지난해 개발 완료된 별장 중 상당수가 팔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싱룬은 2010년 초 별장부지 가격으로 1㎡당 7853위안을 지출했지만 현재 가격은 3204위안으로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싱룬의 디폴트에는 부동산 경기부진도 영향을 미쳤지만 금융권의 대출규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부동산시장의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지난 2월 주택 등 부동산업종에 대한 대출관리를 엄격히 통제하라고 지시했고, 싱예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은 부동산 여신업무를 중단했다.
 
생존위기에 몰린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너도나도 매물가격을 낮춰 자금을 융통하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비관적 심리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당국 진화에도 '중국경제 위기 가능성' 제기

부동산 버블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처우바오싱 중국 주택건설부 부부장은 "특정지역에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출현하는 등 버블사례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중국 전체적으로는 도시화 과정이 한창인 만큼 향후 10년 안에 부동산 버블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은 부동산시장 침체를 타개해보려는 일부 개발업체들이 판촉 차원에서 공급가격을 낮춘 데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싱룬 디폴트가 중국 부동산 거품붕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거품붕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18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최근 수년간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핫머니성 자금이 외국인직접투자(FDI), 수출대금 등 각종 형태로 중국으로 흘러들어와 거대한 버블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시에는 "고수익을 노린 핫머니들이 중국 내에서 각종 투기적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지만 과거 10% 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중국정부가 7%대의 중속성장으로 성장방식을 조절하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실제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들이 도산하는 등 거품붕괴 조짐이 보이는 등 중국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경제의 최대 위험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그림자금융이나 지방정부 부채가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투자과열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6%, 총 고정자산 투자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부동산경기가 악화될 경우 부동산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미미하다"며 부동산발 중국 경제위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