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 그곳에서 10년을 회사의 입과 귀가 되어 살아온 이가 있다. 바로 이 회사 기업커뮤니케이션실의 정지은 실장(43)이다.
정 실장이 다음에서 만난 CEO만 해도 세명. 변화무쌍한 IT업계에서 굵직한 변화를 겪었다. 기자와 마주한 그는 본인이 몸소 느꼈던 다음의 변화상과 그녀를 당황케 했던 돌발 상황들, 그리고 IT업계 PR로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여성들을 위한 조언까지 쏟아냈다.
한남동 다음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정 실장의 모습은 봄처럼 생동감 넘치면서도 명쾌했다.
정 실장이 다음에서 만난 CEO만 해도 세명. 변화무쌍한 IT업계에서 굵직한 변화를 겪었다. 기자와 마주한 그는 본인이 몸소 느꼈던 다음의 변화상과 그녀를 당황케 했던 돌발 상황들, 그리고 IT업계 PR로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여성들을 위한 조언까지 쏟아냈다.
한남동 다음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정 실장의 모습은 봄처럼 생동감 넘치면서도 명쾌했다.
정지은 실장이 다음에 입사한 것은 창업주 이재웅씨가 대표를 맡던 시절이다. 다음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일명 ‘이순신 광고’에 힘입어 외산 포털인 야후를 꺾고 1위로 올라섰던 바로 그 시점이다.
이 대표를 시작으로 정 실장은 석종훈-최세훈 대표로 이어지는 다음의 변화상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정 실장은 창업주인 이 대표 시절에는 ‘벤처 1세대’라는 단어를 강조했고, 창의적 서비스인 '미디어 다음'을 만든 석종훈 대표 시절에는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회사라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최세훈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을 당시에는 ‘재무통’ CEO를 회사 대표로 세웠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대표가 바뀌는 동안 정 실장을 둘러싼 강산도 변했다. 여기서 강산은 그녀가 지켜봐온 포털의 서비스 트렌드다.
10년이 흘러가는 동안 포털의 서비스 트렌드가 이메일에서 블로그·카페 등의 커뮤니티로 옮겨갔고 다시 미니홈피로, 검색으로, UCC로, 지도로, 모바일로 변해왔다는 것. 10년 새 좁게는 다음, 넓게는 포털 서비스업계의 지형은 7번 진화를 거쳤다.
"이 안에 있으면 1년에 한번씩 강산이 변하죠. 바뀌는 지형 내에서 적응을 해 나가는 동안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 안은 유속이 빠른 세상입니다."
◆"자살하려는 청소년을 구해본 적 있나요?"
벤처업계 중에서도 포털의 기업커뮤니케이션실 실장으로 있다보니 그의 365일, 24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정 실장은 사이트 안에서 이용자들끼리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 발견됐을 때가 ‘다음 인생’ 10년 중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가장 난감했던 것은 사이트 안에서 대포폰 거래가 있다든가, 동반자살 카페를 개설해서 실제 자살을 했다든가 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였죠."
실제로 과거 다음카페에 모인 사람들끼리 자살 장소를 정하고 결국 동반자살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는 게 정 실장의 말이다.
이 때문에 정 실장은 다음카페 내에서 자살관련 모의를 한다거나 자살 시도를 암시하는 댓글이 올라오면 바로 관계기관 및 사이버수사대, 인근 경찰에 신고한다. 특이한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정 실장에게 보람을 안겨준 것도, 정 실장을 가장 난감하게 한 것도 자살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
"2007년 9월 토론방 ‘아고라’ 고민방에 유서를 게재했던 이용자를 발견해, IP를 통해 이용자를 확인하고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했어요. 경찰이 주소지로 출동했는데 해당 이용자는 가출을 한 상태였고 119구조대를 통해 휴대폰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결국 유서가 발견된 바로 다음날 새벽 3시에 소재를 파악했어요. 그 친구의 부모가 자식을 설득하더라고요. 다행히 자살을 막았죠."
정 실장은 당시 상황이 생생히 떠오르는지 잠시 말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사람을, 특히 청소년을 살려냈던 것은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했다.
◆ “그 수많은 방 중에 나만을 위한 방은 없었어요”
"제 머릿속은 임직원들을 위한 방, 회사를 위한 방, 경쟁사를 분석하는 방, IT업계 이슈를 담는 방, 각종 뉴스 정보를 쌓아놓는 방 등 수많은 방으로 가득합니다. 이제 정보가 들어오면 그게 어느 방에 어떻게 정리돼야 하는지 체질적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홍보를 오래 하다보면 머릿속에 수많은 방이 생긴다는 정 실장의 얘기다. 하지만 자신만을 위한 방은 없었다.
"머릿속에 담아야 할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개인적인 방이 먼저 사라지더군요. 일을 위해서는 인생에서 포기할 수 있는 방은 다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에요."
자신만의 방도 없이 정보에 치이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정 실장은 어떻게 풀고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그는 정보의 집합체인 신문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단다. IT, 사회, 정치면은 건너뛰고 문화면을 읽는다. '뼛속까지 홍보우먼'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홍보, 여성이 유리한 이유? 있죠!”
무엇이 그를 이렇듯 열정에 파묻히게 만드는 걸까.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IT업계의 시계가 바로 열정의 동력이 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오늘만 해도 이 안에서 5가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 항상 긴장돼 있고, 실무를 처리하며 끊임없이 배웁니다. 그러면서 재미를 느끼죠. 피곤함의 근원이 일하는 보람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는 특히 자신의 공감능력에 감사한다. 포털업계 홍보우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바로 그것이라고.
정 실장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남성보다 뛰어나며, 중요한 것은 공감의 중요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일방적으로 회사 입장을 발표하기만 해도 ‘홍보’로 통했다면, 지금은 상대와의 쌍방향 소통이 홍보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시대며, 이러한 시대에는 공감능력이 홍보 담당자를 평가하는 중요 잣대가 된다는 것.
"이용자, 잠재이용자, 주주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홍보의 핵심이 됐습니다. '어나운스'의 시대가 아닌 '컨버세이션'의 시대죠. 이러한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는 지금, 여성들이 상승구도를 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홍보, 특히 포털 홍보는 여성이 유리한 분야임에 틀림 없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