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실적쇼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가 하면 저가 수주, 납품 비리 등으로 인해 최근 그룹차원의 고강도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경영진단 후엔 사업구조 개편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러니하게 삼성중공업호가 난파 위기에 몰린 사이 ‘선장’ 박대영 사장(61)은 ‘조선업계 연봉 킹’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를 둘러싼 ‘위기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지난해 ‘2020년 매출 31조원’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로 평가받으며 삼성중공업의 새 사령탑에 오른 박 사장. 하지만 2년차 CEO가 짊어지기엔 현재 기업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장 큰 고민 '실적부진'
현재 박 사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회사의 실적부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4.2% 감소한 9142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이후 4년만에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가 된 것. 매출액은 전년대비 2.4% 증가해 14조934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하락으로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8.3%에서 6.2%로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의 하락도 눈에 띈다. 회사는 지난해 632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7964억원에서 20% 가량 감소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재무지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분기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액은 362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1분기 매출액도 3조4311억원으로 전년대비 11.7%가 줄었고, 순이익 역시 2724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실적부진에 대해 증권가는 조선업계 불황과 삼성중공업의 저가수주가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분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계 조선 경기가 침체되던 2011년 이후 삼성중공업은 저가 수주 정책에 돌입했고 그 결과가 최근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삼성중공업이 주력으로 삼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부실 수주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2012년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와 지난해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Egina FPSO) 등 2건의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76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해양플랜트 사업과 관련해서도 미국 셰일가스 개발 붐의 영향으로 심해 시추 활동이 줄면서 해양설비 발주 자체가 감소세를 보이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경영진단 장기화에 사업재편 '희생양' 평가도
실적부진도 그렇지만 삼성중공업을 향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박 사장의 위기론에 한몫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 2월 초부터 100여명의 감사단을 꾸려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에 나섰다. 2002년 이후 12년 만의 경영진단이다. 당초 2개월 일정으로 4월 초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영진단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경영진단에서는 사업전략과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저가수주, 납품비리, 임직원 윤리 문제까지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삼성중공업의 모 부장이 2억3000여만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사건도 진단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계의 관심은 경영진단 이후에 쏠린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사업재편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 역시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작업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건설부문 등 비핵심부문이 정리되고 조선·해양부문을 중심으로 한 조직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대세다.

현재 삼성그룹 내 건설업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도 속에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부터 합병한 후 삼성중공업의 건설사업부를 분리 통합해 전체적으로 삼성중공업의 몸집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린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내부 조직 개편설도 흘러나온다. 서울 사무소를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올초 경영지원 관련 인력은 거제시 본사로, 설계 연구 인력은 경기도 판교 R&D센터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2020년까지 세계 1위의 해양중공업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중공업호의 '항로'는 안갯속이다.

CEO는 경영성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작년 1분기 이후 삼성중공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매 분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상 첫 현장 출신 사장이라는 타이틀로 취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박 사장. 이제 서서히 '현장전문가'의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실적 부진해도 연봉은 조선업계 킹?

‘16억3800만원’. 박대영 사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 총액이다.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사장(8억1000만 원)과 현대중공업의 이재성 회장(9억7135만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하지만 기업이 잘 나갈 때라야 ‘조선업계 연봉킹’이란 별명도 영예로운 법. 실적부진으로 신음하는 삼성중공업의 수장으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멍에'가 되고 있다.

박 사장의 작년 연봉은 급여 4억9200만원과 상여 2억6500만원, 기타 근로소득 8억8100만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회사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그는 추석상여,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가 포함된 상여금을 모두 받았다. 여기에 사내 임원처우규정에 따른 일회성 특별상여와 복리후생과 관련한 소득도 챙겼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CEO뿐 아니라 임직원들의 연봉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임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7600만원에 달했다. 이는 STX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 이어 3위 수준이다.


☞ 프로필
1953년생 / 서울고 / 연세대 기계공학과 / 삼성중공업 조선영업실 특수선영업팀장·해양생산부문장 /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