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세계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성공한 협동조합이다. 으레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협동조합의 이상적 모델로 통한다. 그러한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파고르 전자가 최근 문을 닫았다. 파고르 전자가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모태'라는 점에서 국내외 관심과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
이와 관련해 랜더 벨로키(Lander Beloki) 스페인 몬드라곤대학 경영대학장은 19일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사회경제정책협의회의 공동주최로 이뤄진 강연회에서 "파고르 전자의 파산은 협동조합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전자제품 수요가 급감하는 시장경제적 원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벨로키 학장이 재직 중인 몬드라곤 대학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부설 대학이다. 여야는 벨로키 몬드라곤 대학 경영대학장을 초청해, 세계 최고 협동조합으로 꼽히는 몬드라곤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파고르 전자의 파산으로 협동조합 모델에 대한 우려가 있다.
"파고르 전자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조합이었다. 상징성에 큰 타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몬드라곤 협동조합에는 여러 협동조합이 있는데 전자 부문이 망한 것이지, 다른 부문은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스페인 가전제품 수요가 급격히 떨어져 국제화 등을 도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계속 손실을 안으면서 파고르 전자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자원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재 파고르 전자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은 몬드라곤 내 다른 조합으로 이동해 일하고 있다."
-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보다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시장주의와 자본주의를 대체하기 위한 이념적 경제모델이 아니다.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모든 정책이 완벽하지는 않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의 협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외부적으로는 수요와 공급 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부에서 조율이 잘 되고 협력하는 회사가 같은 여건에서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 파고르전자는 스페인의 전자회사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뒤에도 약 15년을 더 버텼다. 주인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 협동조합 성공의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협동조합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확고한 비전과 강력한 지도력이 요구된다. 또한 조합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협동조합 한 곳의 힘은 미약하다. 서로 돕고 협력할 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도 관건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역사를 보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이어왔다. 여기에 협동조합을 위한 법률적·환경적 요건이 갖춰지면 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이 한결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