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지하철역 입구나 횡단보도를 지날 때면 숫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인사행렬이 눈에 띈다. 6·4 지방선거에 앞서 각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를 향해 자신의 후보를 각인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이번 선거 역시 그럴 듯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자도 있지만 비현실적인 공약을 밀어붙이는 후보자도 상당수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분위기라 과거만큼 들썩이지는 않았지만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움직임은 예나 지금이나 분주하다.

6·4 지방선거로 후보자 간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사뭇 그렇지 못한 선거판이 있다. 의료계의 집안싸움으로 공석이 돼 버린 대한의사협회장 자리를 메우는 보궐선거다.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둔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대의원들의 신임을 잃더니 급기야 '탄핵'으로 치달았는데, 그가 대의원총회 불신임 결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하며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어정쩡한 태도다. 노 전 회장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탓이다. 법원이 노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보궐선거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노 전 회장은 다시 의협의 수장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후보자들이 적극적으로 선거경쟁에 나설 수 있을까. 역시나 보궐선거의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선거캠프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도와줄 사람을 모아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펼치더라도 노 전 회장의 탄핵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오면 지지자를 볼 낯이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의협 대의원회와 노환규 전 회장의 법정공방은 치열하다. 지난 5월20일 서부지법에서 진행된 심리에서 의협 측은 정관의 내용을 하나하나 꼬집으며 회원의 신변에 위협을 주거나 협회에 위험이 되는 긴급한 상황일 때 곧바로 탄핵할 수 있음이 명시됐다고 반박했다.


노 회장 측도 탄핵 안건이 '비공개'로 처리된 데다 절차를 위반한 강압적인 찬반투표로 결정됐다며 강하게 맞섰다. 방청객의 신경전도 팽팽하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의사사회는 쑥대밭이 된다"는 쪽과 "탄핵결정에 문제가 없다면 왜 불법용역을 동원해 일반회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탄핵 이유도 공개하지 않느냐"는 반대파가 충돌했다.

법원은 조만간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노 전 회장이 복귀를 하든, 받아들여지지 않아 보궐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되든 그동안 겪은 의료계 내분이 의협의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 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밥그릇 싸움에 목숨 거는 의사들을 향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