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는 삶의 전 영역에서 이뤄진다. 특히 은퇴 후 삶의 목표를 재점검하고 필요한 돈을 마련하며 새로운 일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가족과 인간관계를 복원하고 여가생활을 풍요롭게 계획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필수다.
이 같은 은퇴설계과정에서 보험의 역할은 무엇일까. 보험을 어떻게 운용하면 은퇴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은퇴를 앞둔 세대라면 이런 질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은퇴설계의 큰 틀 속에서 보험을 살펴볼 때 크게 3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생활보장과 위기관리, 사망보장이 그것이다.
◆3층 연금으로 노후 생활보장 가능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생활보장이다. 생활보장은 한마디로 은퇴 후의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매달 꾸준히 충분한 생활비가 들어온다면 노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정한 상품이 연금보험이다. 생활보장을 설계하는 첫 단계는 소득대체율의 책정이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평균소득의 얼마가 필요한지를 나타낸다. 예컨대 만 50세인 A씨는 60세가 정년이며 현재까지 20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평균 임금은 300만원 수준이다. A씨가 은퇴 후 생활비로 180만원이 필요하다면 소득대체율은 60%다.
소득대체율은 여러 층의 연금을 합쳐서 확보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국민연금(기초연금 포함)이다. A씨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국민연금을 넣으면 가입기간은 30년이 된다. 이 경우 63세부터 매월 현재 가치로 77만741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대체율 26%다. 연금 외 소득이 없다면 65세부터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데 월 20만원으로 소득대체율 7%다.
국민연금 다음으로는 퇴직연금이 있다. 퇴직연금은 기존의 일시금 형태의 퇴직금을 연금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거나 목돈으로 한번에 타서 써버리는 관행을 지양하고 은퇴 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사고방식이 정착돼야 한다. 이직이 잦고 회사의 퇴직연금 도입이 미진한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해서 운용할 수 있다.
A씨는 10년 전 퇴직금을 중간정산 한 후 10년 동안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태이며 정년 때까지 향후 10년간 퇴직연금을 유지할 것이다. A씨가 65세부터 20년간 연금을 받는다면 확정기여형(DC) 기준 현재 가치로 월 47만원 내외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대체율 16%다.
A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49%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했다. 목표보다 11% 부족하다. 이 부분은 개인연금으로 대체해야 한다. 개인연금 중 연금보험은 유리한 점이 많다.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과 함께 보험 특유의 보장성을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정년퇴직까지 10년간 월 50만원 내외의 연금보험을 낸 후 65세부터 20년간 현재 가치 월 36만원가량의 연금을 받게 된다. 소득대체율 12%다.
◆위기관리에도 효과적인 보험
여러 층의 연금을 통해 은퇴 후 생활비를 확보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 삶은 위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노년에는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뜻하지 않은 건강상 위기를 겪을 때 재정적 버팀목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가입이 필요하다.
건강에 대비하는 보험상품으로는 첫째, 실손의료비보험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입원이나 통원 치료비가 늘어나는데 국민건강보험은 이를 100% 책임지지 않는다.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한 보장을 실손의료비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다.
둘째, 중증질환 보장상품이다. 암이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중병에 걸리면 치료비가 많이 든다. 뿐만 아니라 치료기간 중 소득이 없어져 생계의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중증질환과 관련된 보험은 이때 큰 도움을 준다.
셋째, 간병보험도 필요하다. 노년기에 치매나 뇌졸중 등의 질병이나 노환으로 다른 사람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험을 통해 일정한 간병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도록 보장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가족의 곤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은퇴설계 과정에는 반드시 사망 위험에 대한 대비가 들어가야 한다. 사망과 관련된 보험은 정기보험과 종신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정기보험은 특정한 기간 동안의 사망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컨대 60세 이전에 사망할 때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종신보험은 모든 사망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종신보험은 상속의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연금준비 미흡하면 일하라
간혹 은퇴설계를 위한 상담이나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연금설계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연금준비와 은퇴설계를 같은 것으로 보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연금준비가 잘 되면 노후가 든든하다. 하지만 연금준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삶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은퇴 후 일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60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하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 사례로 든 A씨의 경우 65세 전후에 연금을 받는다. 정년퇴직이 60세인 점을 감안하면 퇴직 후 최소 5년 동안 일을 통해 수입을 창출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할 준비가 됐다면 75세 전후까지를 활동기로 보고 그 기간 중 위기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생활보장, 위기관리, 사망보장의 균형을 이룬다면 보험을 통한 은퇴설계를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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