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가 몸집을 불리고 있다. 롯데월드는 워터파크를 추가했고 서울랜드는 캐릭터 분야 덩치를 키운다. 에버랜드는 사파리 시설을 확장했다. 폐광산이나 김치 등의 이색 콘셉트를 활용한 테마파크 숫자도 많아지고 있다. 춘천 레고랜드사업이 확정됐고 고양 자동차테마파크가 조성될 예정이다. 테마파크가 커지는 만큼 사람들의 기대감도 부푼다. 올 여름 휴가철에 찾아갈 테마파크를 고르는 '기분 좋은 고민'도 늘고 있다. 이번 주 <머니위크> 커버스토리는 진화하는 국내 테마파크산업을 들여다보고, 주목받는 테마파크와 알뜰 이용법, 안전성 문제 등을 두루 살펴봤다.
- 딸아이의 생일을 맞아 아빠가 아이에게 물었다. “은재야,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야? 아빠가 생일선물로 데리고 갈게.”
- 딸아이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했다. “디즈니랜드. 꼭 가고 싶어. 제발~”
- 아빠는 당황했다. “은재야. 디즈니랜드는 우리나라에 없어. 대신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놀러가자.”
- 하지만 아이는 반짝이는 눈망울을 하고선 아빠에게 애원했다. “아빠~. 롯데월드랑 에버랜드는 저번에도 다녀 왔잖아. 디즈니랜드에는 공주님이랑 일곱 난장이 그리고 피터팬도 살고 있대. 우리 디즈니랜드로 가자.”
이 모녀지간의 대화는 기자의 실제 경험담이다. 올 3월, 6살배기 딸아이의 생일을 맞아 같이 시간을 보내고자 이야기를 꺼냈다가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딸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든 생각이 있다. 분명 몇 해 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외자유치형 테마파크사업을 추진했는데, 과연 얼마나 사업이 진행됐을지, 규모는 얼마나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곧바로 검색을 통해 알아봤지만 이들의 테마파크 유치 소식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있었다. 왜 그럴까. 일본과 중국 등 이웃나라에는 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추진되고 있는 테마파크 유치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잘 이뤄지지 않을까. 글로벌 테마파크의 현주소와 이를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알아봤다.
◆ 사람 끌어당기는 글로벌 테마파크의 매력
테마파크라고 하면 각종 놀이기구와 예쁜 건물로 조성된 놀이공원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단번에 바뀌게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테마파크의 원조 ‘디즈니랜드’(Disney Land)다.
1955년 미국 애너하임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월트디즈니(Walt Disney)가 세운 대규모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는 <미키마우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 등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를 만나며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끔 하는 근대적 테마파크의 체계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현재 월트디즈니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 테마파크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 테마파크 순위를 살펴보면 매직킹덤, 도쿄 디즈니랜드, 파리 디즈니랜드 등 1~8위(입장객 기준)까지를 월트디즈니 계열의 테마파크가 차지할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10대 브랜드 가운데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월트 디즈니사는 브랜드가치만 자그마치 600억달러를 넘는다. 영화나 여행, 인터넷, 의류, 완구류 등에 미치는 브랜드 파워는 막강하다. 그 중에서도 디즈니랜드는 디즈니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디즈니사 전체 수입의 3분의 1가량을 디즈니랜드에서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디즈니의 성공비결인 창의·기술과 함께 전세계 700여개가 넘는 직영점을 운영하는 것 등 배울 게 한두개가 아니다.
이처럼 디즈니랜드는 테마파크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지만, 영화나 만화 등의 캐릭터와 관련된 테마파크를 조성해 뒤를 쫓고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완구 레고를 이용한 ‘레고랜드’도 꾸준히 방문객이 늘고 있다. 특히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경우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았던 영화 <해리포터>를 캐릭터로 활용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 일본 등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지원 활발
이 같은 테마파크산업의 막대한 경제·사회적 기여 효과 때문에 세계 주요국가에서는 글로벌 테마파크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지원이나 기반시설 설치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유치한 일본 오사카의 경우 인프라 시설의 지원을 위해 공업지역 54헥타르를 장기 저리로 임대해 줬을 뿐만 아니라 전철선에 유니버설 시티역을 건설했다. 또 자본금의 25%에 이르는 약 1000억원을 정부가 직접 출자했으며 개장 때는 1600억원을 장기 저리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해리포터 마법세계’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본은 향후 10년간 오사카 등 인근 지역에 3조1420억엔, 일본 전체로는 5조6290억엔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에 있는 도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씨(Sea)도 운영 중이다. 이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3328억8500만엔(약 2조5695억7300만원). 일본 관광레저산업 매출(6320억엔)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이 중 순이익만 157억엔이다.
◆ 선거용 전락 한국은 '속빈 강정'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외자유치형 테마파크사업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치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선거공약용으로 활용되다 보니 계획만 요란할 뿐 ‘속빈 강정’에 그친 것이다.
지난 2006년 세계적인 영화사인 미국 MGM이 부산시와 손잡고 1조원을 들여 ‘할리우드형 영화테마파크’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토지매입가격 등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갈등을 보이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MGM은 영종도 공항배후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국 MGM라이선스를 가진 MSCK도 지난 2008년 제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MGM할리우드 웨이 제주 아일랜드’ 개발을 위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추진 중이지만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디즈니랜드 역시 서울시에 오래 전부터 테마파크 설립계획을 추진했지만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밀려 유치에 실패했다. 현재 중국은 상하이(上海)시 푸둥(浦東) 지구에 디즈니랜드 설립을 허가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이처럼 말로만 테마파크 유치를 외치는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의 전폭적인 지원에 밀려 유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레저산업 관계자들은 글로벌 테마파크들은 아시아에 진출할 때 우리나라와 함께 일본과 중국을 놓고 저울질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원 없이는 힘들다고 말한다. 한 레저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테마파크 유치가 언젠가부터 선거용으로 변질됐다”며 “말로만 유치를 외칠 뿐 지원이 일본과 중국에 밀리기 때문에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