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가(家)의 맏형 김영대 대성합동지주 회장이 최근 ‘이자놀이’ 논란에 휩싸였다. 한 계열사에서 자금을 빌려 그 돈을 고스란히 또 다른 계열사에 대여하면서 금리 차익을 누렸다는 것이다. 자그마치 10억원 규모다. 이와는 별도로 핵심계열사인 대성산업을 살리기 위한 김 회장의 지원 행보 또한 눈물겹다. 요즘 대성에선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같은 금액놓고 '이자 놀이'… 1.07% 포인트차 왜?

대성그룹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이 이끄는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 대성산업가스를 비롯해 대성계전, 대성씨엔에스, 대성셀틱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다. 김 창업주 사후에 대성그룹은 김영대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대성산업을,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계열을, 그리고 삼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을 맡으며 세포분열을 완성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대성산업이 경영난을 겪자 김영대 회장은 다른 계열사를 앞세워 대성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5월말 지주회사인 대성합동지주가 대성산업에 1000억원을 빌려준 것도 이 같은 조치의 일환. 하지만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이 자금을 대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성합동지주는 5월26일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로부터 1000억원을 단기(6개월) 차입한 후, 같은날 이 자금을 대성산업에 빌려줬다. 대성합동지주가 대성산업가스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의 이자는 연 4.71%. 그러나 같은 돈이지만 대성합동지주가 대성산업에 대여해주면서는 연 5.78%의 이자를 명시했다. 정확히 금리가 1.07%포인트 차이가 난 것.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억7000만원으로, 월 9000만원에 달하는 이자 차액을 대성합동지주가 챙기게 됐다.

이 같은 ‘수상한’ 자금거래는 5월30일부터 개정 시행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통행세’ 관행의 규제대상에 포함되는지와 관련해서도 논란을 부추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거래 중간 단계에 끼어들어 실질적인 역할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고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총수일가 또는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거래할 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에서 제공한 금액을 ‘위반액’으로 정했다.

이 위반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서 과징금을 결정하는데 부과기준율은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80%, 50%, 20% 등 3등급으로 구분했다. 예를 들어 위반액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하고 해당 위반 행위가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돼 부과기준율이 80%로 적용될 경우 과징금 부과 기초금액은 80억원이 된다.

현재 대성합동지주는 김영대 회장이 지분을 46.81% 소유해 최대주주이고, 지주가 대성산업과 대성산업가스의 지분을 각각 50% 이상 보유 중이라 신설된 ‘통행세 관행’ 규제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대성종합지주의 '이자놀이'가 중대한 위반행위라면 과징금 부과 기초금액은 8억5600만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성합동지주 관계자는 금리 차익과 관련 “법인세법상 특수관계자들간 자금 거래시 이자를 계산하는 기준인 ‘가평균차입이자율’에 따라 책정한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성산업 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가

대성합동지주의 ‘이자놀이’ 논란의 이면에는 김 회장이 창업주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모태기업 대성산업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대성산업은 2000년 중반 신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건설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이후 건설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매년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손실이 컸다.

올해만 해도 이 회사 1분기 부채비율은 413.7%, 총 차입금은 1조4810억원에 달한다.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도 3198억원 수준이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단기차입금의 8분의 1 수준인 426억원에 불과하다. 유동비율도 고작 38.9%다.

통상 부채비율이 150% 이하, 유동비율은 200% 이상일 때 해당기업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만큼 현재 대성산업의 재무건전성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눈여겨 볼 점은 대성산업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김 회장의 지원행보가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는 것. 그룹의 캐시카우인 대성산업가스의 지분까지 매각해 대성산업을 지원할 자금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지분 60%를 골드만삭스PIA(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대성은 매각대금 198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김 회장의 대성산업 구하기는 올해 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성산업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유상증자에 대성합동지주를 참여시켜 753억원을 출자했고, 현재까지 계열사를 통해 수혈한 단기대여 자금도 820억원에 달하는 등 총 1572억원을 대성산업에 투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성산업에 93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에도 대성산업이 정책금융공사로부터 4800억원을 대출받을 당시 김 회장은 자회사의 비상장 보통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었다.

핵심계열사인 대성산업의 붕괴가 곧 그룹의 추락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느끼는 현재의 위기감은 주변의 관측보다 더 클 것 같다.

 대성家 3형제의 ‘3色3苦’… 실적악화에 '슈퍼 갑' 오명까지

‘3형제의 위기?’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의 재무구조 악화로 몸살을 앓는 것처럼 대성가의 나머지 두 형제 역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남 김영민 회장이 이끌고 있는 서울도시가스는 최근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고객센터로 하여금 체납요금을 대신 납부하게 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고객센터에 직원 선물용으로 올리브 오일 등을 구입하라고 강제한 것도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가스업계의 ‘슈퍼 갑'이라는 오명도 씌었다.

대성그룹의 삼남 김영훈 회장에겐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 골칫거리다. 2004년 론칭한 아동복 업체 글로리아트레이딩은 2012년 7억원의 손실을 맛봤고 지난해에도 5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계열사인 대성창업투자는 지난해 8억54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수익이 1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나 줄었다. 선박운송업체인 제이씨알 역시 설립 9년 만에 만성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청산절차를 밟았다.

한편 ‘대성’이라는 사명을 둘러싸고 김영대 회장은 동생 김영훈 회장과 10년 넘게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김영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3남의 승리가 된듯 보이지만 여전히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는 만큼 형제간 법적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