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4개월을 끌고 온 자동차 과장연비 논란. 제대로 검증해보겠다고 나선 정부의 뚝심에 잠시 기대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견됐 듯 과정은 제법 시끌벅적했으나 그 끝은 흐지부지했다. 업계와 소비자가 기대했던 논란의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고 솜방망이 처벌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내놓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재조사 결과는 국토부 '부적합', 산업부 '적합' 판정이라는 기존 입장 그대로였다. 부처 간 이견을 좁히긴커녕 지켜보는 이들을 힘 빠지게 한 결론을 내놓으면서 순간적으로 비난의 화살은 제조사가 아닌 무능력한 정부로 향하기도 했다.

혼선만 야기하고 끝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오히려 차량제조사에게 빠져나갈 명분만 주고 말았다. 제조사들이 '그거 봐라, 명확한 기준도 없이 우리를 모함한 꼴'이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과징금을 매긴 국토부의 결정과 관련 "국토부의 연비조사는 산업부가 적용해온 연비 인증 법규와 시험주체, 시험장비, 시험조건 등이 상이해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당사는 당황스럽고 고객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토로했다.

제조사 측의 엄살 아닌 엄살이 이어진 가운데 속상한 건 피해를 입은 소비자뿐이다. 부처 간 연비측정 기준으로 혼선을 빚으며 흘려보낸 기간 동안 소비자 피해는 고스란히 방치됐다. 정부가 제조사 측에 직접적으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소비자로서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집단소송을 별도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국토부가 내린 과징금 처벌이 있긴 하지만 일각에선 해외사례와 달리 '물징계'라고 비판한다. 현대차와 쌍용차가 물어야 하는 과징금 10억원과 2억원은 각각 문제가 된 차량의 신차 최고급 트림 기준으로 환산하면 싼타페의 경우 27대, 코란도스포츠는 7대만 팔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연비 허위과장 표시로 집단소송을 당해 약 5000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소송을 통한 보상금과 과징금은 성격이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의 공인연비 기준과 국내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정부의 안일한 기준을 운운하기 이전에 이런 상황을 자초한 제조사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소중한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지. 지금처럼 관망만 해도 여전히 차가 팔리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외쳐보는 허무한 메아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