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은 부당하다."
지난 7월28일 생명보험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공시이율 담합 제재 취소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한화생명 등 9개 생보사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생보사들이 납부한 과징금에 4%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 소식은 '공정위의 굴욕', '보험사의 완승'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보험사들이 미래의 예정이율 및 공시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부당한 공동행위를 전제로 한 피고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공정위가 자진신고(리니언시)제도를 맹신했다", "이쪽 업계를 너무 모르고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 이율 담합으로 고객이 손해봤다?
지난 2011년 10월14일 공정위는 생보사들이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총 16개 보험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12개 보험사에 대해서는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16개 생보사가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개인보험 상품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상호 합의 하에 공동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초기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등 6개사가 이율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고 간사사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담합구조가 정착된 이후에는 이율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각사의 이율 결정 내역을 상호 전달,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진행했다"며 "업계의 다양한 협의채널을 통해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직적인 대면합의와 함께 비공식 채널인 전화 등을 통해서도 담합이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예정이율은 생보사의 내부검토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12~2월쯤 협의됐으며 매달 정해지는 공시이율은 전화연락을 통해 담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생명에 15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교보생명 1342억원, 한화생명 486억원, 알리안츠생명 66억원 등 12개 생보사에 대해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 생보사 강력 반발, 왜?
과징금 내용이 발표된 후 생보사들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은 그 당시 시장상황이나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각사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협의를 했다고 담합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당시 공정위의 조사 및 과징금 결정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자진신고(리니언시)를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당시 관련 조사 직전 이미 업계에는 공정위가 이율 담합에 대해 사전정보를 파악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공정위에 자진신고하려는 보험사가 등장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다.
실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벌을 받은 삼성생명(1578억원)과 교보생명(1342억원)은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리니언시제도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당시 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조사당국인 공정위에 자진신고했기 때문에 부과받은 과징금이 많았음에도 실제 과징금을 납부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당시 양사가 과징금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리니언시제도를 이용, 공정위에 자진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자진신고를 해오자 공정위는 이 사안이 "문제가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생보사들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은 각사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담합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예정이율은 통상 1년에 한번씩 결정된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표준이율이 주요한 기준이며, 표준이율은 해당기간 국고채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공시이율은 통상 1개월에 1번씩 결정된다. 공시이율은 자산운용이익률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이익률이 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보사 관계자는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은 각 생보사별로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며 "생보사 관계자들이 모였다는 이유로 담합으로 판단하는 것은 업계를 너무 모르고 내린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변액보험 수수료 담합 소송에도 영향 미칠까
이처럼 예정이율 및 공시이율 담합 제재 취소 소송에서 생보사들이 승리를 거두자 업계는 다른 담합과 관련한 소송을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국내 주요 생명보사들이 지난 2001년 변액종신보험의 최저사망보증 수수료율과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을 담합했다며 총 201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서도 생보사들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생보사들은 최저사망보증 수수료율과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을 담합했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의 지도를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변액종신보험이 국내에 첫 출시되는 상황에서 수수료율에 대한 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 관계자들의 모임 역시 이 수수료율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뿐이며 담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와 관련한 제재 취소 소송이 보험사별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율 담합의 무죄 판결로 수수료율 담합 역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생보사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일 뿐이며 보험사들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담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이 비슷하다"며 "법원이 수수료율 담합 역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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