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장기화 속에 유통업계의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제조사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최저가를 찾아 움직이고, 유통업체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할인 행사와 쿠폰 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외형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하는 배경이다. 하반기 식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면 가격 경쟁과 마진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쿠팡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2분기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핵심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판매 확대를 위해 할인과 판촉을 강화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2분기 별도 기준 총매출 4조4428억원, 영업이익 2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64.1% 증가했다. 다만 핵심 사업인 할인점 부문은 2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수익성 회복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보유세 부담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의 마트부문도 외형은 성장했다. 2분기 매출은 1조3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했다.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지만 업계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 역시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가 공통적으로 마주한 과제는 최저가 경쟁이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정가보다 할인 폭과 혜택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상시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래잇 페스타', 롯데마트는 '메가통큰세일' 등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할인 행사를 단순 가격 인하가 아닌 집객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다른 상품 구매까지 연결해 전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행사는 고객 방문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라며 "행사 상품 외 추가 구매를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구조조정 이후 이탈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할인전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 이익보다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시기"라며 "일정 수준의 마진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할인 행사를 지속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소비자들이 여러 플랫폼의 판매 가격과 쿠폰, 적립 혜택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과 네이버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각종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팡의 실적에서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의 간극이 나타났다. 핵심 사업인 프러덕트 커머스 부문의 2분기 환율 효과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가운데 매출총이익 증가는 1%에 그쳤다. 매출총이익률은 전년보다 약 2%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할인과 쿠폰, 각종 프로모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 쿠폰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각에서는 할인 비용이 납품업체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팡은 쿠폰 할인에 따른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고 있으며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대금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직매입 상품은 유통사가 상품을 사들인 이후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최저가 유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쿠폰 비용 역시 유통사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까지 본격 반영되면서 유통업계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햇반과 만두 등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오뚜기는 카레와 당면, 케첩, 후추 등에 이어 다음 달 컵라면과 만두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농심과 풀무원, 사조대림 역시 주요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섰다.
문제는 제조사의 출고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유통업체가 이를 소비자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를 사실상 최종 가격 방어선으로 인식하고 있고, 가격 인상 시 곧바로 경쟁 채널로 이동할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제조사 가격이 오르더라도 기존 재고 물량은 이전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신선식품은 가격 조정 주기가 있어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매입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 가격 저항을 고려해 할인과 쿠폰을 유지하면서 유통마진을 줄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직매입 상품은 판매 부진 시 재고와 물류비까지 유통사의 부담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제조사의 가격 인상과 소비자의 최저가 선호 사이에서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여 있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 이탈 위험이 커지고, 가격을 묶어두자니 마진이 줄어든다. 제조사의 가격 인상, 소비자의 최저가 탐색, 유통업체의 할인 경쟁이 맞물리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유통업계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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