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계도 블록버스터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쉬리>는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던 3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후 국내 영화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 개봉 보름 만에 누적관객수 1200만명을 달성한 영화 <명량>은 200억원 가까이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렇다면 영화제작사들은 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 영화투자자, 정부기관·금융회사·배급사 등 복합적
영화산업의 투자자들은 크게 ▲공공투자자(한국모태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rstor: FI)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 SI) 등 세부류로 나뉜다.
공공투자자는 정부가 한국영화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공공재원을 투입한 것으로 한국모태펀드가 대표적이다. 한국모태펀드는 중소기업청이 여러 부처의 정부 재원을 모아 설립한 것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공연예술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투자한다.
또한 지난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공적자금과 민간자본이 결합된 영상전문투자조합이 설립됐다. 이밖에 부산영상위원회가 결성을 주도해 지난해 7월 설립한 부산영화투자조합도 있다. 이 같은 공공자금 투자가 국내 영화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FI는 순수하게 투자수익만을 목표로 영화에 투자하는 그룹이다. 벤처캐피탈(창업투자사) 등 각종 금융기관과 영화산업에 관심 있는 법인 및 개인투자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개인별로 소액을 출자해 영화투자펀드를 결성하는 등 투자가 성행했으나 연이은 손실로 인해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벤처캐피탈이 만드는 펀드에 개인이 출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출자 시 투입되는 금액이 커 웬만한 개인은 참여하기 어렵다.
SI는 순수 투자수익 외에 다른 목적(부가판권 취득)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를 말한다. CJ, 쇼박스, 롯데,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등의 배급사와 SK텔레콤, KT 등의 통신사업자, 그리고 방송사 및 제작사, 부가판권사업자 등이 SI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에서의 영화투자는 이들이 '조합'을 결성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법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투자조합'으로 통칭된다. 충무로에 투입됐던 외부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이러한 경향이 굳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모태펀드가 조합결성금액의 40~60%를 출자하며 FI가 5~20%, SI가 20~50%를 출자한다. 이들은 영화성공 시 펀드결성금액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
◇ 투자성공률 30∼40%… 리스크 크지만 전망 밝아
이들의 투자대비 수익률은 얼마일까. 사실 '잘 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은 10개가량의 작품에 투자했을 때 통상 3~4개 작품에서 수익이 나오면 성공으로 본다.
지난 2000년 KTB네트웍스에 입사해 콘텐츠 분야에서만 10년 이상 투자이력을 쌓은 이승호 KTB네트웍스 상무는 "영화투자는 7개의 실패를 3개의 성공으로 만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에 접수되는 시나리오만 연간 2000편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영화로 제작되는 편수는 100여편으로 5%에 불과하다. 이 5%도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경우 총 제작비로 61억원이 투입됐지만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며 357억원의 순매출을 올렸다. 수익률은 485%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한국영화계에서 '성공한' 영화의 기준으로 꼽히는 천만관객 영화의 경우 지난 7일까지 <7번방의 선물>을 포함해 총 11개뿐이다. 영화가 성공해 소위 '대박'을 친다고 해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의 참여자는 크게 상영업자, 배급업자, 제작자, 투자자 등으로 구성되는데 참여자별로 수익이 배분되고 남는 것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 형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전체 입장료 수익에서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세 10%를 빼고 나머지 금액의 절반은 극장이 가져간다. 배급사는 이 절반에서 10%를 배급수수료로 제외하고 남는 돈을 투자사와 나눈다. 게다가 투자회사는 1개사가 아니라 조합을 결성해 4∼5곳의 벤처캐피탈이 함께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지분별로 이를 다시 나눠야 한다. 따라서 투자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영화투자에 뛰어드는 회사가 늘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1월 200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펀드(키움문화벤처 제1호 투자조합)를 결성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벤처투자본부 산하에 문화콘텐츠 투자팀을 신설하고 전요셉 전 미시간벤처캐피탈 수석팀장을 전담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들어 영화투자가 제대로 된 투자시장으로 떠올랐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6년간 한해 관객수는 1400만~1500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2년 1948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2133만명을 기록했다. 이 상무는 이와 관련해 "주 5일 근무 및 수업의 영향이 컸다"면서 "이로 인해 학생과 가족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객수가 늘고 전망도 밝아지자 그간 한국모태펀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영화투자계도 바뀌고 있다. 벤처캐피탈들이 FI나 위탁운용사로 참여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제작 전반에 관여하는 메인투자사로 변하고 있는 것. <은밀하게 위대하게>, <소원>, <친구2>, <밤의 여왕> 등이 벤처캐피탈이 메인투자자로 나선 작품들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