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증권사들의 실적을 숫자만 놓고 본다면 회복되는 추세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1개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을 집계한 결과 2774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영업을 잘 해서 수익을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채권금리가 하락한 덕을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값은 오른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매매(프랍 트레이딩)를 통해 채권을 보유한 것이 실적으로 잡힌 것이다.
증권사의 주된 수입원인 브로커리지(주식거래중개) 부문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2150억원(21.6%) 감소했다. 이 정도면 불황형 흑자다.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떠나는 사람도 다수다. 계주에서 바톤을 넘기듯 한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면 뒤이어 다른 회사가, 이후에는 또 다른 회사가 끊임없이 인력을 줄이고 있다.
그나마 능력 있는 이들은 먼저 회사를 옮겨버린다. 스타 애널리스트들이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로 이동한다. 개중에는 아예 게임업계나 공사로 이직하는 등 업권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직원은 "능력이 되니까 옮기는 거죠. 저 같은 사람은 잘리지만 않기를 기도하고 있어요"라며 한숨지었다.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증권업계에 그나마 한줄기 빛이라면 올해 들어 정부가 다양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쏟아낸 점이다. 올해에만 상장 활성화, 배당 확대,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완화, 주가 가격제한폭 완화 등의 정책 발표가 잇따라 등장했다.
부진하던 증권시장을 바라만 보고 규제 일변도로 대응하던 정부가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 판을 깐 것이다. 덕분에 시장은 환호했다. 코스피는 답답한 박스권을 넘어 2000포인트를 상향 돌파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언론을 비롯한 각계에서 20여년 동안 지적해온 중개수수료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펀드대란, LIG CP 사건, ELS 시세조작 사건, CJ E&M 미공개정보이용사건, 자산운용사 CEO와 직원들의 차명·미신고 거래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수많은 사고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궁극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뛰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의 수익률을 직원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과당매매를 실적에서 제외하고 개인 성과급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내부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인지하고 변화를 꾀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조만간 증권사들은 유년기의 끝을 맞을 것이다. 그때까지 부디 살아 남아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