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세업자들은 어떻게 살라고…'. 국내 가구업계는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이케아가 가구시장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국내 가구업체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에는 전운마저 감돈다. 가구업계 불황에 이은 이케아 상륙까지. 영세 가구업체들에게는 확인 사살이나 다름없는 소식이다. 이케아 상륙이 가까워질수록 경기도 가구단지는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가구공룡’ 이케아의 입성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열광’ 혹은 ‘우려’다. 이미 20·30대 소비자에게는 ‘대박’을 예약한 상황.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은 예상대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케아가 보여주는 ‘환상’에 벌써부터 매료됐다.
◆ 소유하고 싶은 매력, 이케아가 뭐길래
이케아는 일반 가구매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진짜 누군가의 방을 찾은 것처럼 현실에 바탕을 두고 제품을 전시한다. 소비자들은 실제 집처럼 꾸며진 다양한 공간을 보고 눕고 만져보면서 돌아본다. 현실로 재현된 카달로그 속을 마음껏 뛰놀면서 자연스레 자기 집을 떠올린다.
‘이번 기회에 내 방도 바꾸면 어떨까. 수납공간은 저렇게. 조명은 이렇게.’ 오감으로 인테리어를 구상한 소비자들. 이는 곧 제품 구입으로 이어진다. 이케아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비법이 바로 이것이다.
자신을 이케아 마니아라고 소개한 직장인 박선우씨는 “이케아브랜드를 하나씩 사용하다보면 가구의 내구성은 물론 공간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연출해주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수납가구들과 테마별 공간 구성은 상업브랜드를 넘어선 혁명에 가까울 정도”라고 평했다.
대학생 김유미씨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뒤 ‘이케아 앓이’ 중이다. 이케아를 왜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라 칭하는지 알게 됐다”며 “광명 1호점 오픈 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이케아 가구로 방을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한 가구가 아닌 생활문화를 파는 전략. 판매에서 조립까지 사실상 고객이 함께 일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이고, 가격 거품을 확 뺀 전략. 이케아는 이러한 강력한 무기를 내세워 전세계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각 나라에 진출할 때마다 전략은 같았고, 예상은 언제나 적중했다.
◆ 안 파는 것 빼고 다 판다… 중소업체 '노심초사'
반면 가구시장은 언제나 비상사태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소 상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케아를 반기는 소비자들을 볼 때면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케아 매장이 구름다리를 통해 하이마트와 아웃렛 등이 입점한 롯데몰과 연결된다는 사실. 이케아가 초기 LH공사로부터 매입한 부지의 약 36%를 KTB자산운용을 통해 롯데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매장 건축면적을 줄이는 대신 롯데의 고객과 브랜드, 그리고 복합 쇼핑몰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얻은 셈이지만 상인들은 영업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상인들은 롯데 부지에 롯데쇼핑이나 백화점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명 브랜드가 포함된 패션 아웃렛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구뿐 아니라 광명 구도심의 패션문화거리 상권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문화의 거리 한 관계자는 “그렇게 될 경우 경기도권 중소 상권들은 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시위도 하고 집회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더라. (이케아가) 들어오면 망하는 일만 남았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가구업계 한 상인은 “이케아는 안 파는 것 빼고 다 파는 만물상에 가깝다”며 “가구뿐 아니라 접시, 수저, 조명기구 등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생활용품까지 판매하기 때문에 주변 중소상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이케아 광명 1호점 오픈. 이 거대한 가구 공룡이 소비자들의 ‘이케아 앓이’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킬지 한국 가구시장의 포식자가 될지, 답을 알 수 없는 두가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